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최근까지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인구변동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국의 혼인과 출산 생애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해봉·이지혜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한국의 혼인과 출산 생애 분석과 정책 과제’에서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혼인과 출산 생애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변동을 살펴본 후 향후 정책적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두 연구위원은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 논의와 달리 이 연구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에 관한 종합적인 진단과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 혼인과 출산 생애 변동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두 연구위원이 밝힌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생애에 걸친 혼인과 출산 이행 분석 결과는 최근까지 우리나라가 경험한 혼인-출산 생애 변동에서 혼인력 변화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혼인과 출산의 연계가 다소 느슨해지는 패턴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혼인 연령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함과 함께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생애 미혼(비혼)율에서 큰 변화 없이 혼인 시기 지연만이 지속되는 패턴을 고려할 때,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기제로 인해 혼인 후 출산으로 이행하지 않는 비율이 향후에 더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둘째, 기혼 여성의 임신-출산 현황과 특징에 관한 분석 결과는 출산을 ‘계획한’ 임신-출산과 ‘계획하지 않은’ 임신-출산으로 구분한 모형이 출산과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접근임을 보여 준다. 2018년 전국 출산력 조사에서 ‘계획하지 않은’ 임신-출산의 구성비는 대략 10~15% 수준으로 보고되었는데, 특히 분석 자료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은 인공임신중절로 이어질 개연성이 상당히 높음을 보여 준다.
 
또한 계획하지 않은 출산이 분절적 경험이 아니라 연쇄적 사건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음을 보여 줌으로써 계획하지 않은 출산을 경험한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기혼 여성의 출산 계획과 관련한 분석 결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출산 자녀 등 다른 요인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혼인 연령이 높을수록 추가적인 출산을 계획할 개연성이 높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출산 행위에 대한 분석 결과는 혼인(출산) 연령이 높을수록 (계획한) 첫째 및 후속 출산을 실제로 실현할 개연성은 낮아짐을 시사한다.
 
가족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    
 
셋째, 혼인 해체와 재결합에 관한 분석 결과는 교육 수준이 낮고 혼인 연령이 낮은 여성들이 혼인 해체를 경험할 개연성이 높으며, 후속적으로 이들 여성이 재혼할 개연성 또한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혼인 해체와 출산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에서는 혼인 해체를 경험한 집단의 둘째 출산 개연성이 뚜렷하게 낮은 패턴이 관측되지만, 전반적으로 혼인 해체가 무자녀 현상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관측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를 출산한 후 이혼을 하는 경향이 강하며, 자녀 양육을 여성이 담당할 개연성이 높음을 고려할 때 이혼 가족의 아동을 포함한 가족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넷째, 혼인-출산과 일-가족 적응 패턴에 관한 분석 결과는 남성(남편)의 경우 가족(자녀 수) 영역에서의 변동과 무관하게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패턴이 주도한 반면, 여성(아내)의 경우 모든 군집들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비율이 증가한다. 그러나 관측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패턴은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침을 보여준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 비해 가사노동 시간에서의 성별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은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들 간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번 연구는 향후 정책 설계에서 기본 원칙의 확립이 매우 중요한 이슈임을 지적하고 있다"며 “저출산 대응 정책은 직접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되 한편으로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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