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증가해오던 인구가 자연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이 2월 26일 발표한 '2019년 출생·사망통계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자연증가는 전년도 2만8000명에서 71.7%(2만 명)나 줄어든 7900명에 불과했다. 지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하루 평균 830명의 신생아가 세상으로 나왔지만 809명이 숨을 거두면서 하루 평균 늘어난 인구수는 22명에 불과했다. 2015년 하루 평균 자연증가 인구가 445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으로 현격하게 줄어든 수치다. 5년도 안돼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자연 증가분이 전년보다 0.4명 줄어든 0.2명에 불과해 올해를 기점으로 자연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브리핑에서 "사망자 수는 완만하게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출생자 수는 최근에 급격하게 떨어졌기에 때문에 자연증가 감소율을 높이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도에는 자연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작년의 경우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809명이었다. 2018년 819명보다 10명 감소한 수치다. 사망자 수가 줄면서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粗)사망률은 5.7명으로 2010년부터 계속되던 증가세가 꺾였다. 사망자 수가 줄긴 했지만 출생아 수의 감소폭이 더욱 컸던 탓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0만3100명으로 전년대비 2만3700명(-7.3%) 감소했다.
     
인구 고령화로 최근 몇 년 간 계속해서 증가하던 사망자 수는 지난해 29만5100명으로 전년대비 3700명(-1.2%) 줄어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감소해 인구 자연감소를 겨우 막을 수 있었다. 2018년 1월과 2월 겨울이 유난히 추워 한파에 취약한 고령층 사망자 수가 급증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겨울에는 기온을 회복하면서 평년 수준의 감소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 인구 자연증감 규모를 보면 경기(2만3000명)과 서울(1만명), 인천(3400명), 세종(2600명), 울산(2300명) 등 8개 시도에서 늘었다. 경북(-7200명), 전남(-6000명), 전북(-5500명), 부산(-5200명), 강원(-3600명) 등 9개 시도는 감소했다. 경북과 전남, 전북, 강원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았다. 사망자를 살펴보면 남성은 70대(4만4000명), 여성은 80대(5만6000명)에 가장 많았다. 2018년 대비 지난해 남성 사망률은 1000명 기준 6.3명으로 0.6% 줄었고, 여성 사망률은 5.2명으로 2.2% 감소했다. 남성 사망률이 여성 사망률보다 1.2배 높은 편이었으며, 60대의 경우 사망률 성비는 2.8배로 최대였다.
 
한편 초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신생아 수가 30만명을 겨우 넘겼다. 혼인 건수가 8년째 감소세를 보이는 데다 혼인 자체를 늦추는 경향, 출산할 확률이 높은 여성 인구의 감소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출산율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1명에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과 대비해 볼 때 매달 줄었다. 통상 출생아 수를 비롯한 인구 관련 통계는 계절성을 고려해 전년 동월과 비교한다. 8월(-10.9%)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부터 45개월째 역대 최소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2명에 머물렀다.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며 역대 처음으로 0명대에 들어선 후 재차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는 1.02명이었지만, 2분기(0.92명)와 3분기(0.89명), 4분기(0.85명)에 연이어 하락했다.
 
김 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생아 수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은 2.1명 정도에서 머물러야 한다"며 "합계출산율이 절반 수준인 1명이라는 건, 하나의 세대를 30년 정도로 볼 때 지금으로부터 30년 후가 지나면 출생아 수가 절반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17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5명이었다. 스페인(1.31명), 이탈리아(1.32명), 그리스(1.35명), 포르투갈(1.37명), 룩셈부르크(1.39명) 등이 낮은 편이었지만, 한국과는 꽤 격차를 보인다. 2019년 기준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출생 감소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혼인 감소가 꼽힌다. 혼인 건수는 8년째 연달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년 전(25만7622건)보다 7.1% 큰 폭으로 줄어든 23만9210건으로 집계됐다.
 
김 과장은 "한국은 혼인을 전제로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인 감소가 출생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혼인이나 출산을 하는 연령이 점점 상승하는 것도 영향이 있다. 통계청에선 여성의 가임 기간을 49세까지로 보고 있는데,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 출산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감소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균 출산 연령은 33.0세로 1년 전보다 0.2세 올랐다. 200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매년 상승 중이다. 2005년에 30세를, 2010년에 31세를, 2014년에 32세를 각각 넘겼다.
 
출산 연령대별로 출생아 수를 보면 30~34세(13만1500명), 35~39세(8만7400명), 25~29세(5만7900명), 40~44세(1만3200명), 20~24세(1만1300명) 등 순이었다. 전년 대비 30대 후반에선 1만1600명이, 20대 후반에선 7100명이 줄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33.3%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p) 올랐다. 전체 산모 셋 중 한 명은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는 뜻이다.
 
가임기 여성 인구가 감소하는 영향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인 30~34세 여성 인구는 2016년(-5.4%), 2017년(-5.9%), 2018년(-5.0%), 2019년(-2.7%)까지 최근 4년간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여자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출산율)를 연령대별로 보면 30~34세가 86.3명으로 가장 높고, 35~39세(45.0명), 25~29세(35.7명), 20~24세(7.1명), 40~44세(7.0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35~39세 여성의 출산율은 2018년에 처음으로 25~29세 여성 출산율을 앞지른 후 지난해에도 같은 순서를 나타냈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출산율이 하락했다. 주 출산 연령으로 분류되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 특히 출산율 하락 폭이 컸다. 25~29세, 30~34세 여성의 출산율은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3.0%, -6.0% 내렸다.
 
지난해 태어난 첫째 아이는 16만8700명으로 전년보다 4.6% 줄었다. 둘째 아이는 전년 대비 감소폭이 9.3%로 더 컸고, 10만8600명으로 집계됐다. 셋째거나 혹은 그 이상인 경우는 2만5700명으로 8.9% 감소했다. 전체 출생아 중 첫째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55.7%였고, 둘째 아이와 셋째 혹은 그 이상의 아이는 각각 35.8%, 8.5%였다.
 
전체 출생 성비는 105.7명으로 1년 전보다 0.3명 올랐다.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를 105.7명 낳는다는 얘기다. 통계청에선 출생 성비가 103~107명 사이에 있으면 정상 범위 수준인 것으로 판단한다.
 
시·도별 합계출산율은 세종(1.47명), 전남(1.24명), 제주(1.15명), 충남(1.11명), 울산(1.09명), 경북(1.09명), 강원(1.08명), 경남(1.05명), 충북(1.05명) 등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지역들에선 출산율이 1명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낮았던 곳은 서울(0.72명)이었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