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력이 없는 고령층의 가계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 은퇴 후 남은 건 집 한 채 뿐인데 담보로 맡기고 생활비로 쓰거나 소득이 줄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은행에 손을 벌리는 고령층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2분기말 기준 전년동기대비 9.6%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증가율(9.9%)에 비해서는 소폭 둔화했으나 여전히 9%대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2분기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이 4.1%였던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의 빚 증가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셈이다. 30대 이하의 가계대출이 1년 전보다 2.9% 늘어난 데에 그친 것과도 대조적이다. 40~50대의 대출 증가율도 3.0%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60세 이상의 가계대출 비중은 2016년 16.6%였으나 2017년 17%, 2018년 17.6%, 올 2분기 17.9%로 지속 커졌다. 대출 비중은 한은이 약 100만명의 신용정보로 구성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다.
 
고령층은 손에 쥐고 있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통상 가계부채의 '취약고리'로 분류된다. 은퇴 이후 소득은 줄어드는데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에 묶여 있어 빚 갚을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메트라이프생명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 수도권 가계의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의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 비율은 18대 82로 전연령층에 비해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충격이 나타나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로 고령층 가계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60세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14만5300명으로 2017년말(13만6600명) 8700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빚은 물론 생활비에 허덕이느라 고령층의 빈곤율도 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우리나라의 고령층 빈곤율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 고령층 비율은 2017년 기준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14.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서 빈곤율은 고령층 중 모든 인구를 대상으로 한 가처분소득 중위값의 절반에 못미치는 빈곤층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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