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설 연휴 때 독거(獨居)노인의 ‘놀이터’가 됐다고 조선일보가 1월 25일 보도했다. 박상현·정민하 기자는 설 연휴를 앞둔 24일 당일의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풍경을 전하면서 “인천공항 터미널은 명절마다 독거노인의 쉼터로 변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80대(代) 최모 할아버지는 “적적해서 나왔다"며 “북적이는 공항에 앉아있으면 시간이 훅 가니까. 애들(자녀들)은 이번 설에도 일하느라 바쁘대"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오전 6시에 집을 나서 공항철도를 타고 1시간 30분 걸려 인천공항에 왔다고 한다. 손에는 경제신문이 들려 있었는데 "멍하니 앉아있기 민망해서 들고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공항은 연휴 기간을 맞아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으로 오전부터 붐볐다고 한다. 여행객들 사이로 단출한 차림의 어르신들이 보였는데 명절에 갈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었다. 독거노인들에게 인천공항 터미널은 편의시설도 잘 돼 있고 사람 구경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주로 제2여객터미널 지하 1층 교통센터 앞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볕이 잘 드는 1층 쇼윈도우 앞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한다고 한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2018년 1월 제2 여객터미널이 개장을 기점으로 설 연휴에 공항을 찾은 65세 이상 이용객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 당시 설 연휴 나흘간 하루 평균 노인 하차객은 1123명으로, 개장 직전인 2017년 연휴 기간 하루 평균 744명이 공항을 찾았던 것과 비교해 2배가량 늘었다.
   
박상현·정민하 기자는 기사에서 “같은 처지를 나누는 노인들이 모여 터미널은 금세 ‘사랑방’이 된다"며 몇몇 어르신들의 얘기를 전했다. "명절에 찾아오는 아들 하나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다 보니 가족 같다"고 말한 어르신도 있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노인분들이 하루에 얼마나 오시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점심 즈음에 많이 오셔서 적어도 3~4시간은 있다 가신다"며 "특히 교통센터 1층에 편하게 쉴 공간이 많아 돗자리를 가져오시고 바닥에 눕는 분도 있다"고 했다. 공항측의 이런 불만을 노인들도 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쓸쓸한 명절을 공항에서 보내는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70대 한 어르신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우리로선 공항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여행지"라며 "즐거운 표정의 여행객들을 보며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어 조용히 있다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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