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10명 중 1명 ‘폐렴’으로 사망할 수 있어...10년 사이 6.8% 포인트 증가
●암 사망확률 1위, 남성은 26.3%, 여성은 15.9%...고령인구 늘면서 폐렴 사망률 증가, 2008년 3.2%에서 2018년 10.0%

기대 수명이 82.7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늘었던 기대 수명이 지난해 처음으로 증가세가 멈췄다.
 
통계청이 12월 4일 발표한 '2018년 생명표'에 따르면,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평균 82.7년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기대수명이 전년 대비 증가하지 않은 것은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한파로 사망자가 늘면서 사망신고 자료를 기초로 작성하는 '생명표' 통계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0.1년 증가한 79.7년이었으나 여성은 1년 전과 같은 85.7년에 그쳤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과 여성은 각각 3.5년, 2.8년 기대수명이 늘었다.
 
우리나라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매년 증가해 왔다. 1970년 남성의 기대수명은 58.7세에서 1985년 64.6세, 2000년 72.3년으로 늘어났다. 여성의 경우도 1970년 65.8세였지만 1985년 73.2년, 2000년 79.7년 등으로 증가했다. 신생아의 남녀 기대수명 간 격차는 6.0년으로 나타났다. 남녀 격차는 1985년 8.6년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00년 7.3년으로 내려앉는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 겨울 한파가 1973년 이래 가장 심했다"며 "겨울 날씨가 추웠던 게 고령인구 사망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은 2015년 프랑스, 이태리 등은 폭염 사망자 수 증가로 기대수명이 0.1~0.2년 감소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남성이 사회·경제활동을 (여성보다) 많이 하다 보니 음주, 위험요소에 노출돼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다 보니 기대수명이 여성보다 더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정 나이의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인 '기대여명'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80대 이상 남성과 9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증가했다. 40대 국민의 기대여명의 경우 평균 43.6년으로 남성은 40.8년, 여성은 46.5년 늘었다. 1년 전보다 남녀 모두 0.1년씩, 10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3.2년, 2.5년 늘어났다. 60세 국민의 기대여명은 25.2년으로 남성은 22.8년, 여성은 27.5년 더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2.6년, 여자는 2.3년 늘어났다.
 
 
통계청이 12월 4일 발표한 '2018년 생명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은 79.7년, 여자는 85.7년이었다. 그래픽=뉴시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가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성 60.1%, 여성 79.9%로 전년보다 각각 0.5%p, 0.3%p 증가했다. 65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성은 0.1%p 증가한 87.9%였으나 여성은 0.1%p 감소한 94.7%였다. 4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녀 각각 98.1%, 98.8%였다.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성 1.0%, 여성 3.7%였다.
 
40대의 경우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성은 61.2%, 여성은 80.9%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각각 0.5%포인트(p), 0.4%p 증가했다. 65세 남녀는 각각 0.5%p, 0.4%p 늘어난 68.4%, 84.3%가 80세까지 살 것으로 봤다. 20대 남성은 60.4%, 여성은 80.3%로 전년보다 각각 0.5%p, 0.3%p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83.4년)보다 2.4년, 남자아이는 OECD 평균(78.1년)보다 1.7년 높았다. 이는 36개 OECD 회원국의 최근(2016~2018년) 자료를 활용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일본(87.3년), 스페인(86.1년)에 이어 3번째로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아이의 기대수명의 경우 스위스(81.6년), 일본(81.1년), 이탈리아(80.0년) 등에 이어 15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남녀 간 기대수명의 차이(6.0년)는 OECD 평균(5.3년)보다 0.7년 높았다. 이는 프랑스(6.0), 체코(5.9년)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통계청은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80세 생존자의 기대여명(남성 8.1년·여성 10.3년)은 OECD 평균(남성 8.0년·여성 9.9년)보다 남성은 0.1년, 여성은 0.4년 높았다. 20년 전인 1998년에는 OECD 평균보다 남녀 모두 0.5년 낮았으나 우리나라 고령층 기대여명이 빠르게 개선돼 여성은 2012년, 남성은 2014년부터 OECD 평균보다 높아졌다.
 
65세 생존자의 기대여명(남성 18.7년·여성 22.8년)은 OECD 평균(남성 18.0년·여성 21.3년)보다 남성은 0.6년, 여성은 1.5년 높았다. OECD 평균 20년간 남성은 2.9년, 여성은 2.5년 증가했으나 우리나라는 이보다 빠른 남성 4.7년, 여성 4.9년 늘었다.
 
이처럼 한국인의 기대수명 증가세가 정체된 가운데 질병이나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가는 동안 질병이나 사고 등 '유병(有病)' 상태로 보내게 될 기간은 18.3년으로, 지난 2016년 17.5년에 비해 0.8년 증가했다. 남자는 15.7년, 여자는 20.9년으로 남자에 비해 여자의 유병기간이 5년 이상 많았다. 
 
기대 수명에서 유병기간을 제외한 즉, 건강한 상태로 지내는 기간은 64.4년이다. 이는 2년 전(64.9년)과 비교해 0.5년 줄었다. 반면, 유병 기간은 2012년 15.1년에서 2014년 16.6년, 2016년 17.5년으로 매 조사 기간 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출생아의 향후 사망원인으로 '암'에 의한 사망 확률이 20.7%로 가장 높았다. 기대수명은 암이 제거된다면 3.6년, 심장 질환이 제거된다면 1.4년, 폐렴이 제거된다면 1.0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대수명이 제자리에 머문 가운데 남녀 각각 건강하게 보내는 기간은 기대수명의 77.9%로, 2012년 81.2%, 2014. 79.7%, 2016년 78.8%에서 점차 줄고 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의료보험서비스나 건강검진 체계가 잘 돼 있어 병원 접근성 용이하고 건강검진 범위가 확대되다보니 암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조기 발견해 관리하는 경향이 늘었다"며 "유병기간에는 만성질환이 포함되기 때문에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건강수명은 줄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출생아 중에서 주관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란 기대여명은 남자 69.1년, 여자 69.0년이다. 통계로 나타난 기대수명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기대여명을 빼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간은 남자 10.8년, 여자 16.7년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주관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기간의 비율은 남녀 평균 2012년 81.8%, 2014년 82.6%, 2016년 83.2%, 2018년 83.5%로 증가 추세다.
 
한편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가 '폐렴'으로 사망할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사망확률 1위인 암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가 향후 암·심장질환·폐렴에 의해 사망할 확률은 남녀 각각 47.2%, 38.7%로 조사됐다. 남성은 암, 폐렴, 심장 질환 순으로 사망확률이 높은 반면 여성은 암, 심장질환, 폐렴 순을 보였다.
 
악성신생물(암)으로 인한 출생아의 사망확률은 남성 26.3%, 여성 15.9%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암에 의한 출생아 사망확률은 2017년 21.1%였으나 지난해 20.7%로 내려갔다. 폐암이 4.8%로 가장 높았으며 대장암(2.5%), 간암(2.4%), 위암(2.1%) 순으로 나타났다.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11.8%로 남성 10.2%, 여성 13.0%였다. 폐렴에 의한 출생아의 사망확률은 10.0%로 남성 10.7%, 여성 9.7%로 집계됐다. 특히 폐렴의 경우 남녀 출생아 사망확률이 각각 1.2%포인트(p), 1.0%p 증가했다. 2017년 8.9%였던 폐렴 사망확률은 지난해 10.0%까지 치솟았다. 폐렴은 2008년 3.2%였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10%대를 찍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폐렴으로 인한 사망확률도 커졌다. 40대 남성은 폐렴에 의한 사망확률이 10.9%였으나 65세 11.9%, 80세 14.2%로 늘었다. 여성도 40대 9.9%에서 65세 10.2%, 80세 11.0%로 증가했다.
 
80세 남성의 경우 사망확률이 암(20.6%), 폐렴(14.2%), 심장질환(10.8%), 뇌혈관질환(7.2%) 순으로 나타난 반면, 여성은 심장질환(13.9%), 암(11.3%), 폐렴(11.0%), 뇌혈관질환(8.6%) 순이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가 암에 걸리지 않을 경우 남성은 4.6년, 여성은 2.7년 더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기대수명이 79.7년, 여성이 85.7년인 점을 고려하면 각각 84.3세, 88.4세까지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심장질환에 걸리지 않을 경우 기대수명은 남성 1.5년, 여성 1.3년 늘어나게 된다. 폐렴이 제거될 시 남성은 1.1년, 여성은 0.8년 더 살 수 있게 된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