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계(父系) 중심 가족체계와 혼외자에 인식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여가부)가 9월 29일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70.4%는 자녀의 성(姓)이 반드시 아버지와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혼인이나 혈연과 무관하게 생계·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으로 인정하는 국민들도 증가했다. 미성년자의 출산·양육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했다.
  
이번 조사는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책 요구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21~27일 동안 실시됐다. 설문에는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남녀 1500명이 참여했다.
 
현재 부성(父性)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태어난 자녀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 아버지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응답자의 70.4%가 자녀의 출생신고 시에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찬성했다.
 
성별로는 여성의 찬성 비율(49.9%)이 남성의 찬성 비율(34.4%)보다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65.8%로 찬성 비율이 가장 높았다. 30대 51.7%, 40대 45.1%, 50대 32.9%였으며 60대 22.4%, 70대 23%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남성 중심의 가족제도에 대한 인식 변화가 뚜렷함을 나타냈다.
 
또 응답자의 75.6%는 현행 민법에서 부모의 혼인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동을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 외의 출생자'의 용어로 구분 짓는 것을 폐기해야 한다는 문항에 찬성했다. 연령별로는 40대의 동의율이 83.6%로 가장 높았고 70대의 비율이 56.3%로 가장 낮았다. 성별로는 여성의 동의율(78.4%)이 남성의 동의율(72.9%)보다 높았다.
  
또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60.1%가 찬성했다. 32.7%는 법적인 혼인이나 혈연관계로 가족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67.5%는 혼인·혈연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여가부 측은 "가족 개념이 전통적인 혼인·혈연 중심에서 보다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연령이 젊을수록 가족의 개념을 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를 분석해보면,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수용도는 매우 높았지만 비혼자녀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 수용도 여부에 대해선 외국인과 결혼하는 다문화가족 수용도가 9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혼이나 재혼가정의 수용도는 87.4%, 1인가구 80.9%, 무자녀 결혼가구 67.1%, 비혼동거가구 65.5% 등으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가족 수용도는 45.5%, 미성년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가족의 수용도는 25.4%에 그쳤다.
 
수용도에서 연령별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인 다양한 가족 유형은 무자녀 결혼가구로, 20대는 92.5%가 우리사회 가족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70대 이상은 수용률이 25.2%에 그쳐 약 70%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본인 혹은 본인 자녀의 결혼상대로 찬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개인적 수용도도 사회적 수용도보다는 낮지만 전반적으로 70% 이상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유형별 결혼상대로 찬성할 수 있다는 응답률은 ▲입양 자녀 79.1% ▲한부모가족 자녀 78.3% ▲다문화가족 자녀 74.7% ▲재혼가족 자녀 74.1% 순이었다. 미혼(부)모 가족의 자녀는 57.6%, 비혼동거 가족의 자녀는 45.3%로 찬성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가부는 올해부터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수용도와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모든 형태의 가족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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