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강명(41)은 최근 몇 년 사이 발표하는 작품마다 족족 문학상을 휩쓰는 반향을 일으키며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을, ’댓글부대’로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그는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인 건설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유력 일간지에 입사해 기자로 10여 년간 일하다 다시 인생의 항로를 틀어 전업 소설가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 삶의 경험을 투영한 그의 소설은 주요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다루면서도 경쾌한 필치로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쓰였다는 장점이 있어 문단의 호평과 독자들의 호응을 동시에 끌어낸다.

그가 최근 펴낸 첫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한겨레출판) 역시 그런 미덕이 빛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이 그간 살아온 궤적과 세상을 대하는 가치관, 아내와의 사랑 이야기까지 솔직하고 거침없이 쏟아낸다. 특별한 미사여구나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단문으로 이어지는 담담한 고백은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진정성만으로도 힘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일반 통념에 반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마음먹고 실행한 이야기를 보면 그의 특별한 소신이 읽힌다.

"우리는 아이를 갖지 않고 둘이서 잘 살기로 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는 신촌의 비뇨기과에 가서 정관수술을 받았다. 어영부영하다가 결심이 흔들릴 게 두려웠다. 비뇨기과 의사가 ’자녀는 몇 분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둘 있습니다’라고 거짓말했다." (본문 15쪽)

결혼을 하고도 5년이나 지나 신혼여행을 가게 된 사연 역시 마찬가지다.

"내 생각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결혼식은 빼빼로데이와 매우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점점 호사스러워지고 있고, 장식이 본질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대 산업이 되어버렸다. 업체들이 호사스러움을 부추기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모두 그게 허세이고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술에 넘어가고야 만다. 왜 이런 미친 짓거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이 미친 짓거리에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미친 짓거리에 협조하지 않는 자들을 ’걔 원래 특이하잖아’라며 이단자 취급하기 때문이다." (본문 48∼49쪽)

결혼식의 허례허식에 대한 거부로 이들 부부는 혼인신고만 하고 같이 살기 시작한다. 회사에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신혼여행을 위한 휴가를 낼 수 없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작가가 처음 문학상을 타 상금을 받게 되면서 부부는 5년 만에 신혼여행을 계획한다.

그의 아내가 인터넷 검색으로 면밀히 준비한 여행은 기대와 달리 순탄치만은 않다.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 공항에서 6시간이나 지연해 이륙하고, 필리핀 보라카이에 잡은 리조트의 방은 1층에 전망도 안 좋은 데다 시끄럽다. 여행의 피곤이 쌓인 부부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해 크게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런 여행의 좌충우돌이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엔 헤매다가 조금 알게 되고 즐길 만 하면 여행이 거의 끝나간다는 것이다. 다시 오면 제대로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우리가 지나간 인생을 돌이킬 때마다 하는 생각과 같다.

작가는 이 여행기 속에 삶에 대한 여러 단상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4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만한 문제에 관해 그가 내리는 명쾌한 결론은 비슷한 또래의 독자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얻을 만하다.■

252쪽. 1만3천 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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