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토요일은 상오일로 정초십이지일로 첫 말날(午日). 새해 들어서 첫번째로 맞이하는 말날이었다.

기자는 장 담그는 체험을 하기 위해 충남 논산에 위치한 궁골 식품을 방문했다.

계룡산 지역에서 재배되는 100% 농산물로 전통 된장, 간장, 고추장을 담궈서 전국적으로 판매한다는 그곳으로 가는 길은 유난히 맑고 쾌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재래된장 담그는 곳 답게 촌집은 탁 트인 풍경 속에 그림처럼 우뚝 서 있었다. 손님을 맞는 강아지 한마리. 꼬리를 유난히 흔들던 강아지 이름은 ’진순이’였다. 

 

   
 

   
 

   
 

궁골식품 관계자들은 <투비맘뉴스>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라는 목소리에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한 정감이 배어 있었다. 역시 시골 인심은 달랐다.

간식으로 가래떡이 나왔다. 아침부터 서둘러 내려가느라 제대로 먹지 않았던 처에 간식으로 만난 고구마와 가래떡이 어찌나 맛있던지… 가래떡이야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촌집에서 구워먹으니 유난히 맛있었다. 

시골스러운 점심상을 받았다. 궁골 식품에서 담근 된장으로 끊인 구수한 된장국과 시골 촌부의 손에서 만들어진 밑반찬들은 일품이었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 손님들에게 상차리는 촌부들의 활기찬 손놀림에서 사람 사는 맛이 느껴졌다. 덩달아서 기운이 생기는 듯 했다.


   
 

   
 

장독대가 보인다. 촌집 한쪽에 가지런하게 자리잡은 장독대들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장 담그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촌부에게 장 담는 과정을 듣고 있었다.

예로부터 장은 음력 설날이 지나고 정월대보름이 지나서 맞는 첫 말날(午日)에 담궜다고 한다. 장을 담글 때 좋은 기운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정월 첫 말날(午日)이 장 담그기에 가장 좋은 길일이라는 것. 이날 장을 담그면 말의 핏빛처럼 진하고 맛이 달다고 했다.

말날에 못 담근다면 늦어도 삼월까지는 장을 담궈야 장이 맛있다고 했다. 이사를 손 없는 날에 해야 하듯이 장도 손 없는 날에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장을 담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콩을 삶는 것이다. 콩 삶는 가마솥 뚜껑이 촌부의 손에서 열리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김이 올라왔다. 노란 콩들이 눈 앞에 가득했다.



   
 

   
 

   
 

정겹다. 삶은 콩을 메주 틀에 넣고 힘껏 눌러 단단하고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서 만든 메주. 

틀에서 꺼낸 메주는 아랫목처럼 따뜻한 곳에서 20일간 발효시킨 후 서늘한 데서 말려야 한다.



   
 

된장 담그기는 어떻게 이뤄질까?

장독대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붓는다. 소금물은 넉넉하게 해서 간장이 나오도록 한다. 간장이 나와야 맛있는 장이 되고 나트륨 함량이 낮아지기 때문. 그 위에 전통 방식대로 참숯, 빨간 고추, 대추를 띄운다.

옛 어르신들은 빨간 고추가 잡귀를 쫓는다고 생각해 장을 담글 때도 나쁜 균이 들지 않게 고추를 띄웠다. 또 대추는 특별히 맛을 내지 않지만 달고 맛있으라고 함께 넣었단다. 숯은 중금속 같은 해로운 것들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났을 때 대문에 걸었던 금줄을 장독대에 묶는다. 금줄은 아기가 태어난 집에 전염병이 들지 않도록 막아준다고 여겨 대문에 걸었던 것이다.

장은 한 집안에서 1년 동안 먹을 양식이므로 생명의 잉태만큼 소중한 것으로 여겨졌다. 장독대에 자식 낳고 걸었던 새끼줄을 이용해서 묶는 바로 그 이유다.

새끼줄에 솔을 끼우는 것은 장의 맛이 끝까지 변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원의 의미다. 선조들은 장을 생명처럼 다뤘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장 담그는 단지 금줄 아래로 거꾸로 매단 어머니의 버선이 독특했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평생을 버선발로 기다리며 지키듯이 장 역시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키겠다는 다짐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장이 담긴 장독에 그 어떤 것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바로 버선이 했던 것이다.


   
 

이렇게 담근 장은 40일간 덮어두었다가 물을 퍼낸다. 

장독에 남은 것을 숙성시키면 된장이 되고, 퍼낸 물은 간장이 된다. 이것이 바로 재래 간장이다. 콩으로만 만든 메주를 띄워 만든 조선간장으로 불린다. 국간장 혹은 집간장이라고 부르는 바로 한국의 전통 간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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