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感)’이라는 것이 있다. 음식냄새를 기막히게 잘 맞는 짐승에게 ‘개코’라는 별명을 붙이듯, 어떠한 사안에 대해 왠지 모를 불길함, 혹은 대박예감 등 인간에게는 저도 모르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다. 이를 ‘직감’이라고 한다.
이러한 직감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발달되어 있으며, 정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야말로 직감은 훈련이 아니라 태생적인 것임을 뒷받침해주는 과학적 근거다.
스페인 그라나다대학교와 폼페우파브라대학교(Universitat Pompeu Fabra), 영국 런던 미들섹스대학교 등 합동 연구팀은 그라나다대학교 소속 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존 연구와 달리 남성이 여성보다 직관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참가한 남녀들의 직관 능력과 합리적 능력을 평가하는 인지반사능력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직관적인 대답을, 남성은 여성보다 심사숙고한 대답을 더 많이 내놓았다.
▲ 사진은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팀이 제작한 뇌신경 지도. 2013.5.6. |
더 재미있는 발견이 있다.
참가자들을 성별로 나눠놓고 집게손가락(두 번째 손가락)과 약지(네 번째 손가락)의 비율을 검사해 보니 확연히 달랐다. 대체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성들이 네 번째 손가락 길이가 더 길고, 두 손가락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
인지반사능력테스트에서 심사숙고한 대답을 내놓은 사람은 남성이며, 이들은 네 번째 손가락 길이가 더 길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이라도 네 번째 손가락 길이가 더 길고, 두 손가락 비율이 높지 않다면 직관보다는 심사숙고하게 대답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최근의 생물학적 이론, 즉 엄마의 자궁 안에 있을 때부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덜 노출된 여성의 경우가 예민하고 뚜렷한 직감을 가졌다는 생물학적 연구결과를 더더욱 확고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직선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성향을 띤다는 기존의 연구와 상반된 것이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안토니오 마누엘 에스핀 박사는 “여성에게 직감이 발달한 것은 호르몬의 영향, 즉 생물학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간의 직감의 적중률이 90%이상이라는 연구결과는 2년 전인 201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마리우스 어셔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바 있다. ‘인간의 직관적 선택 정확성을 위한 측정 실험’에서 참가자의 평균 90%가 정답을 맞추었다는 것.
여성의 직관이 남성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신경내분비학(Psychoneuroendocrin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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