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고장, 평창. 그림처럼 펼쳐진 능선 곳곳에 다듬지 않은 자연의 멋과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눈 내린 굽은 길을 달리며 도심의 먼지를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과 위로를 충전하는 치유의 땅, 강원도 평창으로 특별한 겨울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눈이 내려앉은 나뭇가지들. 겨울에 평창을 여행하고자 한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겨울 평창을 만끽할 자격
    
올겨울은 여름 더위의 위세 못지않은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도가 떨어질수록 자동차 관리에도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입니다. 가장 중요한 관리 포인트는 역시 타이어입니다. 미끄러운 눈길에도 균형을 잡고 제동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마모 상태를 확인해 교체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한편, 눈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체인이 필수입니다. 트렁크에 상비하는 건 상식이고 구매 후 직접 한두 번 장착해보면서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사용법을 익히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적절한 워밍업과 서행으로 엔진의 무리를 덜고, 안정적인 시야 확보를 위해서 워셔액과 와이퍼의 수명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월동 준비를 단단히 하는 이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이번 로드 트립의 목적지가 바로 강원도 평창이기 때문입니다. 힘차게 너울 치는 산 능선과 터프한 길 위에 눈이 내리면 베테랑 드라이버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꼼꼼한 체크와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스마트 드라이버만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평창의 풍경과 리드미컬한 코너링을 만끽할 자격이 있습니다.
  
모든 점검 문항에 체크했다면 이제 평창 여행의 첫 목적지 오대산 월정사로 출발해보겠습니다.
 
 
눈 내린 월정사
 
 
오백 년 전나무 숲을 지나 만나는 깨달음의 세계
  
강원도의 길은 처음부터 도시의 조급증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속도를 낼 만한 직선코스가 드문데다 볼만한 유적이나 관광 포인트에 가까워진다 해도 좀체 매끄러운 아스팔트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대산 월정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절 아래까지 차가 드나드는 편리 대신 차를 세워두고 한 시간은 너끈히 걸어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합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훅 치고 들어오는 산바람의 냉랭함에 몸이 움츠러들지만 조금만 더 걸어가 보면 곧 말 그대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전나무 숲의 풍광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월정사 전나무 숲이 전라북도 부안의 내소사, 광릉 국립수목원과 더불어 한국 3대 전나무 숲길로 손꼽히는 이유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대략 1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약 2킬로미터에 달하는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하늘로 솟구치듯 자란 수령 400년의 전나무가 포근히 나를 감싸 안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숨겨진 절경이자 강원도 최고의 산책로로 사랑받던 이곳은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으로 화면에 담겨 큰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목들이 그대로 수명을 다해 길가에 쓰러져 있기도 한데 그 또한 다람쥐와 곤충 등 숲속 생명들의 집이 되어주니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무의 쓰임은 끝이 없습니다.
   
숲과 더불어 산사의 분위기를 돋워주는 풍경은 바로 월정사 곁으로 자리한 물길, 금강연입니다. 잔잔한 물소리와 전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어우러지며 답사객의 묵은 고뇌를 씻어줍니다. 월정사 경내로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팔층구각석탑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석탑은 불국사의 석가탑과 같이 나지막하면서 사각으로 정돈된 탑인 데 반해 고려 때 세워진 월정사 석탑은 당시 유행하던 높고 각이 많은 탑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어 시대별 탑의 변화를 직접 확인해보는 의미도 있습니다.
 
 
대관령 양떼목장
  
 
눈과 몸으로 만끽하는 공존과 도전의 평창

소복이 쌓인 눈송이만큼이나 포근하고 예쁜 볼거리를 찾는다면 대관령 알프스 양떼목장이 제격입니다. 해발 1,238미터의 고지대에 자리한 양떼목장은 사랑스러운 양들의 생태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즐거움과 더불어 평창의 주요 스폿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관광객이 찾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사진=김지호
 
  
실제 목장에서는 발왕산과 그 기슭에 자리한 용평스키장,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오대산 비로봉 등 전경이 너르게 펼쳐지며 평창의 전망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객들은 대부분 가족 여행객으로, 아이들이 가까이서 양들을 만지고 먹이를 주며 자연은 수많은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생의 터전임을 즐거운 놀이와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저 멀리 너르게 펼쳐지는 산봉우리와 능선의 물결과 하늘이 어우러지며 이루는 풍경 덕분에 평창의 대표적인 포토 존으로 손꼽히는 대관령 알프스 양떼목장.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색을 따라 셔터를 누르다보면 어느새 잊지 못할 작품 사진 한 컷 챙겨갈 수 있을 것입니다.
  
  
봉평 메밀밭과 오두막
  
       
발길, 입맛 잡아끄는 봉평 메밀의 멋과 맛
  
맑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평창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보물이 있습니다. 바로 소설가 가산 이효석 선생입니다. 글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라 하더라도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모르는 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토속적인 문장과 시골 장돌뱅이들의 순박한 서정, 그리고 그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제시되는 각별한 인연과 인물 간의 긴장은 시대를 뛰어넘어 읽는 이들의 가슴을 치는 묵직한 힘이 느껴집니다.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에 자리하고 있는 이효석문학관에서는 작가의 숨결과 문학적 고뇌, 삶의 자취를 여러 사진과 자필편지, 관련 서적 등으로 친숙하게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비록 메밀꽃 흐르러지게 핀 달밤의 풍경을 마주하지는 못할지라도 수북하게 눈이 내린 때 방문한다면 땅 위로 마치 메밀꽃이 핀 것 같은 넉넉하고 여유로운 풍경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눈 내린 겨울 혹한에도 어김없이 문을 여는 봉평시장을 찾으면 갓 구운 뜨끈뜨끈한 먹을 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너른 불판에, 혹은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놓은 듯 오목한 판에 휘휘 둥글게 부쳐내는 메밀전, 메밀전병에 막걸리 한 잔이면 온몸이 얼어붙는 추위도 헛헛하게 빈속을 울려대는 허기도 단박에 사라지고 느긋하게 또 길을 떠날 힘을 얻습니다.
   
겨울 여행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정신을 어지럽히는 바람과 추위가 다시 돌아가라고 우리를 등 떠밉니다. 하지만 그 바람 속으로, 그 눈길 속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용기가 우리를 완전히 새롭고 색다른 세상으로 안내해줍니다. 겨울의 한가운데 섬처럼 웅크리기보다는 성큼성큼 눈 위에 나만의 발자취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없는 길을 만드는 게 바로 여행이고 또한 우리의 삶이니까요. 출처=현대자동차 사외보 격월간 '현대모터'·평창군청·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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