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윗 프랑세즈’ 해외 메인포스터(좌), 국내 메인포스터 ⓒ와인슈타인, 그린나래미디어 |
“사랑은 언제나 옳다.
비록 그것이 틀렸다고 할지라도…”
‘독일’을 떠올리며 히틀러만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사랑은 언제나 옳다고 외치던 괴테도 독일인이다. 팽창주의와 독재, 전쟁광으로 오해하고 있는 독일인. 사실은 독일인만큼 애잔하고 처연한 사랑주의자들도 없을 것이다.
영원한 사랑고전, <독일인의 사랑>이 증명한다.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냐고 물어보십시오.
꽃한테 왜 피어났냐고.
태양에서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독일인들에게 사랑은 절대주의적 가치다. 그들의 사랑은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외쳐야 하는 눈물의 고백이었기 때문일까.
모르긴 해도 이별 앞에 사랑만큼 절절한 사랑이 또 있을까?
독일인들은 자기 사랑의 순수성을 그대로 지니기 위하여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베르테르를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해할까?
| 사진제공 - 네이버영화 |
최근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독일 장교와 프랑스 여자와의 애잔한 사랑을 소재로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작가가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맞으며 남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스윗 프랑세즈>가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당시 전쟁을 피해 피신했던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구상했다.
비록 미완성 소설을 영화화했지만 2차 세계대전의 냉혹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독일인과 프랑스인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과정과 갈등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세밀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는 독일에게 4년간 점령을 당했다. 영화는 바로 그 시기를 프랑스 외곽의 작은 마을 무대로 펼쳐진다.
| 사진제공 - 네이버영화 |
1940년 6월, 독일에게 점령당한 프랑스 작은 마을 뷔시. 파리의 절규가 영원히 들리지 않을 것 같던 프랑스 외곽의 작은 마을 뷔시가 전쟁의 공포는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다.
착하고 반듯한 프랑스 여인 루실(미셸 윌리엄스)은 시어머니(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 함께 저택에 머물면서 전쟁에 참여한 남편을 기다린다.
전쟁 중에도 악착같이 소작인들에게 집세를 걷을만큼 욕심과 악착을 떠는 시어머니와 정반대로 루실은 삶의 때가 묻지 않은 순박하고 순수한 소녀였다.
드디어 마을에 피난민과 함께 무서운 독일군이 들이닥쳤다.
문제는 마을에서 제법 큰 저택에 살고 있는 루실의 집에 독일군 장교가 같이 머물게 된 것이다. 적을 한 집에서 마주대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전시상황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던 루실에게 밤마다 작은 위로의 소리가 들린다. 독일군 브루노가 치는 피아노 소리였다.
“이 곳에서 나랑 비슷한 유일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독일군 장교 브루노 대사 中)
루실은 경계했지만 점차 빠지고 만다. 음악이 아니라 그에게.
| 사진제공 - 네이버영화 |
밤마다 자작곡을 연주하는 브루노는 독일장교 이전에 작곡가였다. 그의 음악은 감미로웠고 평온했다.
처음에는 음악에 빠졌지만 점차 사랑으로 변한다. 국경을 달리했으며 조국의 정치를 배신하는 일이었기에 그들의 사랑은 물과 기름이었지만.
물과 기름이 사랑 앞에서는 섞일 수밖에 없었던 걸까? 브루노와 루실은 피아노라는 공감대를 시작으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들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는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 사진제공 - 네이버영화 |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비방하고 폭로하는 편지를 받아 상부에 보고하는 일을 하던 브루노(독일장교)는 이미 루실의 남편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받을 상처를 걱정해 그 일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편지를 태운다.
편지를 태우는 브루노를 본 루실.
그의 사랑을 가슴으로 느낀다. 단 두 번의 만남으로 결혼을 선택하고 사랑이라고 믿고 살아온 루실에게 진짜 사랑이 시작되었다.
정세는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프랑스를 점령하러 온 독일군의 무자비한 행동을 목격하게 되고 브루노와 자신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음을 절감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에서는 소작인 베누와가 자신의 집에 기거하며 아내를 욕보인 독일군 장교를 총으로 쏴 죽임으로써 쫓기는 신세가 된다.
| 사진제공 - 네이버 영화 |
베누와는 루실이 숨겨준다.
과연 독일군 장교인 브루노는 루실을 처벌할까?
브루노는 베누와가 루실의 집에 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사랑을 선택한다. 루실의 안전을 위해 그 사실을 완벽하게 숨긴다.
“잘 지내요, 몸 조심히”
“그게 당신에게 중요한가요?
“중요해요, 내게는”
인간의 사랑은 그 한계가 어디일까?
적(敵)으로 만난 남녀가 생사를 담부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설사 사랑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의문에 영화는 대답한다.
전쟁 속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인간의 본성 중 가장 원초적인 근원이 사랑이기에 어쩌면 전쟁처럼 절박의 순간에 더 절절하게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지 않을까.
| 사진제공 - 네이버영화 |
<스윗 프랑세즈>는 격정의 사랑 영화가 아니다. 휘몰아치는 아슬한 베드신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지 모를 교감이 공감으로 느껴지며 뜨거워진다. 모르긴 해도 선율 때문이었으리라.
60년 전에 남긴 네미로프스키의 유작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든 주인공은 ‘스윗 프랑세즈’라는 곳일지 모른다.
극중 브루노가 연주한 피아노곡이 바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러스트 앤 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작품이다.
<스윗 프랑세즈>는 시대상황을 떠올리며 비밀 연애가 주는 짜릿함을 기대한다면 그 어떤 로맨스보다 시시한 영화 한편이 될 수 있다.
상대는 사랑해도 내색해선 안 되는 적이었다. 시대는 전시(戰時)였으며 예상치 못한 일들은 언제든,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사랑의 가슴앓이를 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사랑은 시대와 종교와 국경을 무시할 수 있는 절대적 가치다.
적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한 여인의 숙명을 떠올리면 주인공 루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전쟁의 시대를 살았던 그들의 불안정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겠다. 또한 당시 프랑스 사회의 이중성과 위선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솔직히 ‘공적 이데올로기 속에 과연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이 영화를 볼 자격이 없다. 사랑은 미화하지 않아도 애절하고 애잔한 절체절명의 감정이라고 여길 정도라면 적극 권한다. 도저히 상투적인 멜로로는 해석할 수 없는 세계다.
이번 주말, 이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저마다의 사랑, 그 은밀함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
<스윗 프랑세즈>는 12월 3일 개봉,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티빙, pooq 등 TV다시보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107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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