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 : 요리 연구가 이정민 글, 진행 : 장가현 기자 사진 : 조준우 기자 |
입추(8일) 지나 말복(12일)이다.
매년 7~8월 사이에 돌아오는 세 번의 절기(초복·중복·말복) 중에 마지막 절기에 해당하는 ‘말복’.
초복을 시작으로 말복까지 이십 여일을 두고 ‘삼복더위’라고 했다. 일 년 24절기 중에서 가장 더위가 심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삼복더위일 때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었다. 불볕더위를 이기라며 임금은 신하들에게 얼음을 나눠줬고, 일반 백성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에 더위를 피해 놀러갔다고 한다. 너무 더울 땐 일하지 않고 잠시 쉬는 풍경이 지금의 ’휴가’를 떠올리게 한다.
뭐니 뭐니해도 삼복더위에는 보신 음식이 최고다.
찜통더위와 열대야에 지친 몸을 보호하기 위한 보양식으로 ‘삼계탕’이야말로 대표적인 복날 음식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하니 정말이지 ‘복날=보양식=삼계탕’ 공식의 역사는 길고 길지 않는가.
삼계(蔘鷄)는 어린 햇닭을 말하며, ‘삼계탕’은 어린 햇닭의 내장을 빼고 인삼, 대추, 찹쌀 따위를 넣어서 고아서 내는 음식이다.
왜 더위를 피해 ’닭고기’였을까?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단백질의 함유량이 높지만 지방이 적어서 소화와 흡수가 잘 된다. 따라서 한 그릇 먹고 나면 바로 기운이 차려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특히 더위에 지쳤을 때 뜨거운 음식으로 먹으면 신체의 온도와 바깥의 온도를 맞출 수 있다고 해서 최고의 보양식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동의보감에는 “삼복더위에는 양기가 왕성한 시기이므로 몸속의 양기가 피부 밖으로 몰려서 속은 냉하고 허한 음기로 채워진다. 이러한 이유로 무더운 여름철에 감기가 잘 걸리고 배탈이 잘 나고 설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운 여름날에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을 먹고 나면 허약해진 양기와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 이유다.
어쩌면 삼계탕에 닭만 넣지 않고 대추, 밤, 당귀, 황기 같은 한약재를 같이 넣어서 끊이는 것도 바로 원기회복을 위한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한민족에게 삼계탕은 보약 그 자체였다.
삼계탕을 먹으면서 ‘인삼’이 피로회복과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기를, ‘황기’가 체력을 보강해주고 피로를 회복시켜주고 땀을 너무 많이 흘리지 않게 해 주기를, ‘당귀’가 보혈작용과 함께 혈액순환을 도와서 어지럼증이나 두통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해 주기를 소원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기운이 난다.
닭 살 곳곳에 스며든 인삼의 영양분이 내 몸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야 절로 어깨가 펴질 일이다.
12일은 2015년 여름을 굿바이하는 말복날이다.
뭘 해 먹을까? 이것 저것 고민하지 말고 가까운 마트에 가서 닭 한마리 사서 고아 보면 어떨까?
세상의 모든 사랑은 바로 원기와 힘이 원천이다. 기운이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다.
말복을 맞아 닭살을 뜯으며 보약 같은 닭국물을 마시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기운 주고 사랑 줄 수 있는 저녁상을 차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 재료 : 닭 1마리(600g), 찹쌀한줌, 대추, 인삼, 엄나무, 황기, 당귀, 헛개나무, 밤
▶ ▶한방삼계탕 만드는 법
1. 찹쌀을 깨끗하게 씻어서 2시간 정도 물에 넣어 불린다.
2. 닭을 손질한다. 닭을 손질할 때는 꼬리쪽을 조금 갈라서 내장과 혈관을 말끔이 긁어 낸 다음 씻어서 물기를 뺀다.
3.손질된 닭의 뱃속에 불린 찹쌀과 씨를 발라 놓은 대추, 밤을 넣고 닭다리를 꼬아서 닭 뱃속의 내용물이 빠지지 않게 한다.
4. 냄비 안에 한약재와 닭을 넣고 강불에서 40분정도 끓인 후 중불에서 15분정도 끓이고 다시 약불에서 15분정도 끓인다.
5. 완성된 삼계탕을 그릇에 담아낸다.
완성된 한방삼계탕
▶요리연구가 이정민(李姃珉)씨는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는 평범한 아줌마로 살던 그녀가 어느 날 난데없이 과감한 도전장을 내 던졌다. 다름 아닌 동서양의 요리들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는 꿈이었다. 그 결과 한식·중식·제빵·제과·양식·일식 요리사 자격증을 획득해 재산목록 1호로 삼고 있다.
세상에 솜씨 좋은 요리연구가들은 많고 많다. 맛있는 음식이 지천에 널려있다. 너무 많아서 골라 먹기 힘들 정도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연 어떤 음식이 절실할까? 인사(人事)에만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먹거리에도 궁합이 있고 때에 따라 딱 맞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요리연구가 이정민씨는 수태식(受胎食)에 푹 빠졌다. 이른바 임신을 돕는 음식이다. 한국 부부 7쌍 중 1쌍이 임신이 잘 안 되는 난임부부이며, 실제로 한해 20만명의 난임부부가 불임시술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녀는 한줄기 빛처럼 수태를 위한 치료식에 도전했다.
모태신앙으로 독실한 천주교인인 이정민씨. 불광동 성당에서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자연스럽게 신자들의 다양한 간절함을 목격하며 산다. 그중에 단연 자식을 얻고자 소망하는 기도를 빼 놓을 수 없었다는 것.
수태식은 난임부부들을 위한 도전이자 신의 한수다. 하느님은 병이 있는 곳에 그 병을 고치는 약을 마련해 놓았다고 하셨다.
본래 버드나무 껍질에 있는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해열작용을 해 왔고, 그것의 기전을 파악한 약학자들이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해서 아스피린을 만들어낸 것처럼 임신이 잘 되는 수태식이 분명 있다며 이정민씨는 새로운 도전장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매주 엄마 되는 메디컬 뉴스 <투비맘뉴스>를 통해 아기 쑥쑥 잘 낳게 만드는 수태식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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