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새벽, 향년 80세의 일기로 타계한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은 ‘신약 강국’을 이끈 제약업계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고 임성기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오너로서,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다.
그는 조그마한 약국에서 시작해 매출 1조원대 제약사를 키워낸 제약업계 산증인이다.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며 일생을 헌신했다. 제약기업이 신약개발 역량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본연의 가치라고 믿고 매년 매출의 20% 가까이 R&D에 투자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을 국내 최고 신약 개발 제약사로 키워냈다.
그는 1940년 3월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약대 졸업 뒤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약국’을 열었다. 서울 3대 약국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직접 약을 만들어보겠다는 집념 아래 1973년, 한미약품공업을 설립했다.
설립 후 1990년대까진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판매로 회사의 성장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회사의 살 길은 집중적인 R&D 전략에 있다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론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결과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개량신약 ‘아모잘탄’ ‘아모디핀’ 등을 선보였다. 2013년에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로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지난 1989년에는 국내 제약사 최초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의 개량 제법에 관한 기술을 수출했다.
고 임 회장은 대다수 제약회사가 매출의 5~7%를 R&D 비용으로 지출하던 때, 이미 10% 이상을 쏟으며 신약개발 의지를 키워왔다. 최근 10년 동안 매년 20% 가까이 꾸준하게 투자했다.
그 결실은 국내 제약업계의 지도를 크게 바꿨다. 지난 2015년 시작된 한미약품의 조 단위 기술수출은 신약을 끝까지 개발하지 않아도 계약금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단계에 따라 기술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미약품의 신화를 목도한 제약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오늘날 ‘K바이오’라고 불릴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실패에도 R&D 의지를 꺾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사와 9건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이뤘지만, 2015년 이후 성사시킨 계약 6건 중 5건이 해지됐다. 그는 폐암 신약 올무티닙 개발이 좌초됐을 때 “신약 개발에는 어려움도 있고 위험성도 있지만, 나를 믿고 R&D에 더 매진해 달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열매의 결실은 직원들과 함께 했다. 그는 2016년초 11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회사) 주식 약 90만주를 2800여명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증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임종윤(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훈씨, 딸 임주현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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