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과열 경쟁 논란을 불러왔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1월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 현장 점검결과 20여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소지가 있어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림건설, GS건설 등 3개 건설사 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일대 38만6395.5㎡에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정비사업이다. 총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해 1군 건설사들이 시공권 수주에 공을 들였던 곳이기도 하다.
  
한남 3구역은 한강변을 마주한 대단지로, 건설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입증하며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또 한남3구역 수주는 향후 한남2·4·5구역 수주전에서 유리한 교두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수익성이 예상보다 떨어졌지만,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더라도 수주전에 뛰어든 이유다.
  
GS건설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7200만원(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시)까지 보장을, 현대건설은 최저 이주비 5억원 보장, 대림산업은 임대아파트 0세대 등 도정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공약을 내걸고 조합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하지만 건설 3사가 내놓은 대표 공약들은 도정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며 정부의 칼날을 빗겨가지 못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건설사들의 제안 내용에 대한 위법성을 검토한 결과 도정법 제132조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는 20여건을 적발했다. 조합원의 이익을 약속하는 분양가와 이주비 보장 등은 현행법 위반이고, 임대 아파트를 없애는 것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게 국토부와 서울시의 판단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현재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과정은 '입찰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용산구와 조합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 수사당국의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입찰에 참가한 3개사에 대해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제한 등 후속 제재도 취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나친 수주과열은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정비사업을 통한 공공기여 향상이라는 목적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특별점검 결과에 따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합은 당초 오는 2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합동설명회를 열고 내달 15일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정비업계의 중론이다. 또 조합이 국토부와 서울시 시정조치를 받고 재입찰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다른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준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사업 지연은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가 나온 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합은 향후 일정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시장에서는 지나친 수주 과열이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당초 예정됐던 입찰 계획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업 지연에 따른 조합원들이 분담금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합은 이번 시정조치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된 일정대로 입찰을 강행할 수 있다. 조합은 우선 긴급이사회를 열고 사업 진행 방향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시가 수사의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조합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입찰을 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입찰 무효 대신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에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제안을 뺀 입찰 제안서를 다시 요청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 사업 지연과 조합원들의 분담금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 입찰이 무효화될 경우 조합의 판단에 따라 3개 건설사가 낸 총 4500억원의 입찰 보증금이 몰수되고, 자칫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조합이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뺀 입찰 제안서를 다시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초 GS건설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7200만원(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시)까지 보장을, 현대건설은 최저 이주비 5억원 보장, 대림산업은 임대아파트 0세대 등을 제안했었다. 
 
조합은 11월 28일 시공사 합동설명회와 내달 15일 총회 등을 거쳐 입찰무효 결정과 4500억원의 입찰 보증금의 귀속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달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는 무산되거나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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