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 재정과 관련해 “OECD 국가들에 비해 향후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특수한 요인들이 매우 많다"면서 다섯 가지 위협 요인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6월 8일 국가미래연구원 정책플랫폼 ifsPOST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세수가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정부지출 팽창은 나라의 신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정책 당국은 이를 감안해 재정만큼은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은 인구구조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및 고령화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출산율은 1.1로 세계에서 171등이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빠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 부양수는 2020년 32.8명에서 2060년 82.6명으로 급격히 증가해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를 줄이고 부양 인구수를 늘리기 때문에 정부의 세수를 줄이고 정부지출을 늘린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급격한 노령화는 특히 정부지출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때문에 현행 정부지출 체제하에서도 고령화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총부채 규모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및 정부부채를 합한 총부채 규모는 2019년 4540조 원으로 GDP대비 237% 수준이다. 우리보다 정부 부채가 월등히 높은 미국도 동 비율은 25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가계 및 기업부문의 부채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가늠할 수 있다. 가계와 기업부문이 부실화되면 금융기관이 타격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금융기관 부실은 여지없이 정부의 개입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한 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가계 및 기업부채까지 포함한 총부채 규모에 기초해서 평가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외부충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계 및 기업부채가 높다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셋째, 경제성장률 둔화이다. 세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경상성장률인데 물가상승 압박이 그다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등을 감안할 때 향후 경상성장률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실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디플이션으로 정부의 세수는 크게 감소했다.
 
넷째, 사회보험의 적자 가능성이다. 국민연금은 2051년쯤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이후 국민연금이 미적립방식으로 운영된다면 현재 9% 수준인 보험요율은 16% 정도까지 올라야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실업보험 및 장기요양보험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요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독일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사회보험기여율이 임금대비 38.65% 수준이다. 기여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사회보험에 정부의 일반재원을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연금 총지출 중 정부 지원 비중이  25% 가량 된다. 우리나라 역시 향후 지금보다 사회보험기여율이 높아지겠지만 현 수준의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려면 정부의 일반재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재정준칙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떠한 재정준칙도 없다. 반면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3~4가지의 재정준칙이 도입돼 있다. 재정준칙이 도입될 경우 재정당국은 예산적자 편향이 강한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재정건전성이 높은 스웨덴이나 독일은 매우 실효성이 있는 재정준칙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가채무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은 어떠한 재정준칙도 가지고 있지 않다.
 
김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재정을 쓰기 위해서"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 중 중요한 하나는 코로나 사태 이후를 대비해 출구전략을 잘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체 수입이 없는 정부가 마냥 예산을 늘릴 수만은 없다. 최후의 보루로써 정부의 역할이 소규모개방경제인 우리나라만큼 중요한 나라도 많지 않다"며 “세수가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정부지출 팽창은 나라의 신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라의 신용은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책 당국은 이를 감안해 재정만큼은 보수적으로 운영해주었으면 한다"며 “다른 부문은 몰라도 정부재정만큼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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