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현 상황을 ‘비상경제시국’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이 직접 ‘비상사태’에 준하는 인식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2월 1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冒頭)발언을 통해 "정부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 타격에 그야말로 비상경제시국이라는 상황인식을 가지고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메르스) 때보다 훨씬 길고 큰 충격을 주리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는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전날 경제 부처 업무보고에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규정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수 있는 관측 속에서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지 않으면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도 현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무디스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포인트 낮춰잡았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지금 당장 중국과 연계되어 있는 우리 기업의 공급망과 생산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고 우리 수출 비중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관광, 문화, 여가 등 서비스업의 타격도 심각한 상황으로 소비와 내수가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비상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강력한 지원책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특별금융 지원과 세 부담 완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도 검토해 주기 바란다"며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상가 임대료 인하 운동에 정부도 화답하여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 확대와 더욱 과감한 규제혁신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정책 역량 총동원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가 있다, 없다를 따지지 말고 생각할 수 있는 대책들을 책상 위에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비상한 시기인 만큼 실기하지 않고 긴급하게 처방해야 한다. 국회도 비상한 경제상황 극복에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로부터 교훈을 얻었듯이 우리 경제의 지나친 대외의존도는 언제든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수입선 다변화,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신시장 개척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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