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IMF·OECD 수준 될 것”
●“韓, 환율관찰국 탈출 어려울 듯...對美 흑자 때문”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공식적으로 달성할 수 없음을 시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 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참석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올해 경제 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0%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홍 부총리는 "정부 성장률 전망치(2.4~2.5%)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3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당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은 IMF(2.0%)·OECD(2.1%)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IMF 전망치(2.2%)에 정부의 정책 의지 등을 고려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싱크로나이즈드 슬로다운'(Synchronized Slowdow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올해 들어 세계에서 90%에 해당하는 대부분 국가의 성장세가 동시에 둔화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미-중 무역 갈등이 중국의 수입 수요를 위축 시켜 한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 국가의 성장률을 낮췄다"며 “세계 경제 양상 및 한국과 경제 구조가 유사한 독일과 비교 시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17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Fitch)를 만나서도 "올해 2%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G20에서 글로벌 밸류 체인(GVC·세계 가치 사슬) 회복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G20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WB도 GVC를 이번 개발위원회 주요 의제로 설정하는 등 교역 회복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 주요 국가 간 무역 분쟁이 글로벌 경제 공동 번영의 토대인 GVC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면서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G20 차원에서 무역 갈등이 GVC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제조업보다 부가가치 유발 계수, 취업 유발 계수가 높은 서비스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서비스산업혁신기획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혁신성장추진기획단과는 별도로 서비스업 발전에만 초점을 맞춘 별도의 조직이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바이오헬스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운다. 그는 "바이오헬스 산업은 포스트(Post) 반도체가 될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면서 "범부처 바이오헬스 육성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려고 한다. 정부·국책 연구기관·민간을 모두 참여 시켜 바이오헬스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예산 사업의 효율성을 따져보겠다는 계획도 알렸다. 그는 "내년 초~2월28일까지 두 달여간 ▲수년째 이용·불용 되는 국가 예산 사업 ▲관행적으로 자리 잡은 국고 보조 사업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면서 "이들 사업의 존폐를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검토해 그 결과를 다음 연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서는 "기업과 시장의 수용성을 고려한 보완 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께도 대책을 보고했다"면서도 "어떤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지 언급하기는 어렵다. 이달 말까지도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과 관련해 범부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지난 17일 열린 문 대통령 주재 경제장관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포함해 정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에 관해서는 "어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했을 때 나온 얘기는 없다"면서 "이번 주 중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과 접촉할 예정이다. 이 문제를 매듭져야 할 시기가 와서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최종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미국 재무부 환율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한국이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관찰국에서 벗어나려면 경상수지가 200억달러(약 23조6200억원)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통계상 이를 약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국에서 빠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5월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 등 9개국을 관찰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미 재무부는 "한국이 평가 기준 3개 요소 중 1개에만 해당하는 상황을 하반기 환율 보고서 발표 시까지 유지하면 관찰국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의 평가 요소는 ▲지난 1년간 20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기록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간 GDP의 2%를 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 시장 개입 등이다.
 
한국은 지난 5월 당시 경상수지가 GDP의 4.7%가량을 기록, 두 번째 요건에만 해당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미 무역 흑자가 200억달러를 넘겨 첫 번째 요인에까지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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