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파탄 지경에 이른 민생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지난달 17일 11조7000억원 규모 '슈퍼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마련한 2차 추경안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처한 국민들의 소득과 생계를 보장하고,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다.
 
정부는 4월 15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방안을 담은 2020년 제2회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작업장 일시 폐쇄, 노동공급 감소 등으로 공급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경제충격이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해외여행 위축과 기업들의 투자 지연으로 수요도 크게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예측하며 지난 1월(3.3%)보다 무려 6.3%포인트(p) 대폭 낮춰 잡기까지 했다.
 
국내 경제도 생산·투자·소비 모두 감소하는 등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위축되면서 민생과 직결된 서비스업과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감염 확산세와 실물지표의 추이 등을 감안했을 때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이 있다고 보고 서민층의 소득·생계보장과 소비 진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사회재난 상황에서의 긴급민생지원 차원으로 추진하는 점을 감안해 1회 한시지원 사업으로 설계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는 총 9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될 2조1000억원 제외한 7조6000억원이 2차 추경으로 마련한다.
 
필요재원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따라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전액 지출감액 및 기금 예탁·예수금 조정 등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5번째 추경이지만 2차 추경은 처음이다. 정부가 2차 추경을 편성한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추경을 편성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벌써 두 차례 추경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난 1차 추경 때는 10조원 규모의 나랏빚이 늘었지만 이번에는 전액 예산 삭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어서 빚 없는 추경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3월29일 기준 주민등록법상에 따른 거주자 중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가구원을 기준으로 한다. 올해 3월 본인부담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선정 기준으로 했다.
 
소득하위 70% 1478만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가 1인 가구 약 8만8000원, 2인 15만원, 3인 19만5000원, 4인 23만7000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더라도 가구원의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금액이 9억원을 넘거나 금융종합소득세의 부과 기준이 되는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최대 100만원을 차등 지급한다. 현금이 아닌 지자체에서 활용 중인 전자화폐나 지역상품권 등으로 지급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분담 비율은 서울(7대 3)을 제외하면 8대 2로 동일하다.
 
정치권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지급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2차 추경안을 편성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권 일각에서 100% 전국 가구에 지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은 정부가 긴급성, 효율성, 형평성과 재정 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기준이 국회에서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차 추경 재원소요는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올해 기정예산에 대한 전액 지출구조조정과 기금재원을 활용해 조달한다.
 
코로나19로 수요가 줄어 집행부진이 예상되는 사업과 토목·건축 사업 중심으로 공사기간지연이 불가피한 사업 등의 사업비를 우선 조정했다. 공무원 인건비를 절감하고, 금리 및 유가 하락에 따라 소요가 줄어든 사업도 조정 대상이다.
 
홍 부총리는 "세출사업 구조조정 등 추경재원 확보 과정에서 정부는 세출사업 본래 목적을 훼손하지 않을 것과 최근의 경제변수 변화와 예산집행상황 변화를 반영하고, 정부부터 솔선수범, 절감노력할 것 등 3가지를 고려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전투기 F-35A과 해상작전헬기 구매, 광개토-Ⅲ 이지스함 도입 등 방위력 개선사업 계약일정 변경에 따른 연부액 조정(7120억원)과 군 일반시설 설계 및 공사발주 지연에 따른 공사비 조정(967억원) 등 국방사업에서 9000억원을 확보했다.
 
철도사업 연차별 투자계획 변경(5500억원), 스마트 지방상수도 지원과 하수처리장 등 상하수도 사업 집행현황 점검 등에 따른 감액(2055억원)으로 8000억원을 조달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국고채 이자 절감(2700억원)과 유가 하락을 반영한 군 장비·난방 연료비, 해경 함정·경찰 차량 유류비 감액(2242억원) 등으로 5000억원을 마련했다.
 
특히 공무원 권장휴가 사용을 의무화해 연가보상비 전액(3953억원)과 코로나19로 인한 채용시험 연기 등에 따른 인건비 절감(2999억원)으로 7000억원을 추경 재원으로 돌렸다.
 
안도걸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공공부문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출 절감을 마련했다"며 "공무원 중 자연퇴직자를 신규 채용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채용이 지연되면서 이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 예상되고, 공공청사 신축사업도 가능한 연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환율이 올라 원화자산 확보 필요성이 낮아진 점을 감안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외국환평형기금 신규 예탁을 줄여 2조8000억원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5000억원)과 주택도시기금(4748억원), 농지관리기금(2000억원) 등 기금 재원도 최대한 동원해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2차 추경으로 1차 추경 당시보다 정부 총지출은 4조원 늘어난 527조2000억원이다. 총수입은 주택금융 신용보증기금 일반회계 전출금으로 5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본예산 대비 총지출 증가율은 12.3%이다.
 
적자국채 발행을 하지 않아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으로 1차 추경 때와 같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1.2%도 똑같은 수치다. 다만,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조5000억원씩 늘어 각각 45조원, 85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3%,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3%로 0.2%p씩 확대됐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지급을 위해 이날 2차 추경안의 국무회의 의결 이후 곧바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민들의 생계부담을 더는 동시에,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 얼어붙은 우리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위기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재정, 세제, 금융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총동원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에서도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추경안의 조속한 확정을 위해 최대한 빨리 심의에 착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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