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재용 부회장이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창립 50주년 기념영상을 통해 지난 50년 동안 땀 흘려 헌신한 임직원들의 노력을 격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 동안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진들과의 회의석상 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투자 발표와 같은 공식 행사에서 현안에 대한 당부나 사업의 비전 등을 밝힌 적은 있지만 임직원을 대상으로 본인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이날 메시지는 도전, 기술, 상생 3가지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그는 상생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 이 부회장은 먼저 "지금까지 50년,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했다"며 1969년 전자산업의 불모지에서 시작한 삼성전자가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쏟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자"며"현실에 안주하지도,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말며 삼성전자라는 무대에서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기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50년 뒤의 삼성전자의 모습은 임직원들이 꿈꾸고 상상한 만큼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지금부터 원대한 꿈을 갖고 상상력을 펼치자는 '무한한 도전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이어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며 "삼성전자에서 '꿈꾸고 상상한'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영이념인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를 좀 더 구체화시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 만들기'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래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 즉 지금 현재의 난제(難題)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 미래 세대는 더 안전하고 더 쾌적하고 더 건강한 환경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1월13일, 종업원 36명에 자본금 3억3000만원의 소기업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다. 1983년 D램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같은 해 11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디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창립기념일도 삼성반도체통신 합병일인 11월1일로 바꿨다.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9 로고. 사진=삼성전자

 

그는 삼성전자의 'DNA'이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 핵심 슬로건이기도 했던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도 다시 언급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세계 최고'에 이르는 길은 삼성전자 혼자서는 갈 수 없다며 '상생'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길"이라는 말로 창립 50주년의 메시지를 마쳤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 부회장은 '남을 돕는 게 우리를 위한 길이고 상생이 이뤄지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두가 잘 되는 길'인 만큼 임직원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재차 다짐한 것이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며 세계 최고를 지향하겠다는 메시지는 이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고민하며 가다듬어 온 생각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생'을 언급하며,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상생은 '시혜'가 아닌 호혜이며, 삼성전자의 생존전략이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것을 강조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4월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과 10월10일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도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함께 나누고 같이 성장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에도 4만명 신규채용과 청년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1만명 양성, 스마트공장 지원확대 등의 '상생'을 위한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세가지 실천사항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부회장은 "미래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몰려올 것이므로 끊임없는 학습과 과감한 도전, 혁신으로 초일류 기술 중심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다각적인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 생태계를 이해하고, 진화하는 시장과 잠재된 니즈를 발굴해 철저히 고객을 지향하는 기업으로 변화하자"고 주문하고, "임직원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소통하며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상생과 나눔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지난 50년간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은 우리 사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임직원 봉사활동을 실시한다. 창립 50주년 기념 봉사활동에는 548개의 임직원 봉사팀을 포함해 전국 7만여명의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도 함께 한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이번 봉사 기간 동안 청소년 교육 관련 봉사활동과 헌혈 및 기부금 모금 캠페인 등을 실시하는 한편, 지역 사회에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도 직접 찾는다. 이번 봉사활동은 창립기념일을 앞둔 지난달 14일부터 시작해 이달 16일까지 한 달 동안 기흥·화성·평택, 구미, 수원, 온양 사업장 등 전국 사업장에서 진행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현지 사업 파트너들과 재계 인사들을 만나 사업 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은 지난 5월 NTT도코모, KDDI 경영진과의 만남, 7월 수출 규제 대응 방안 마련위한 출장, 9월 럭비 월드컵 참관 이후 네 번째다.

 
한편 11월1일 창립 50주년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50주년 ‘생일’을 차분하게 보냈다.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부회장 주재로 임직원 500명이 참석한 창립기념식을 개최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인 또 다른 대기업들이 100년 기업을 위한 장기 비전을 내놓은 것과 달리, 중장기 비전 선포식도 없었다. 지난 30주년, 40주년 행사 당시에는 '밀레니엄 비전' '비전 2020'을 각각 발표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30주년 행사에서는 5년 후의 매출, 이익률, 기업가치 등 지표에 대한 세세한 목표를 밝히며 초일류 기업을 향한 의욕을 보였다. 40주년 행사 당시에는 정계, 재계, 학계 등 각계 인사들가 보낸 축하 메시지 영상을 상영하는 등 잔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이후 2010년대에 접어든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2년 간 30여건에 달하는 M&A를 단행하는 등 활발한 사업 전개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50돌 생일은 최대한 차분하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와병으로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및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만든 반도체 사업 또한 업황 악화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반백년 간의 성과를 과시하는 대신, 엄중한 현실 인식을 통한 내실 다지기를 택했다. 당분간은 경영 기조 또한 큰 틀의 혁신 보다는 위기 극복과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은 변함없이 미래를 위한 현장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에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하는 등 총수로서의 역할에 매진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1월13일, 종업원 36명에 자본금 3억3000만원의 소기업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다. 1983년 D램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같은 해 11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디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창립기념일도 삼성반도체통신 합병일인 11월1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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