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공포가 눈앞에 다가왔다. 일본이 8월 2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에 따라 1100개 품목에 대해 강화된 수출 규제가 적용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화학·기계·자동차 부품·비금속 등 48개 주요 수입 품목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수입액 중 일본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이 허가받으라면 모두 받아야 하고 허가 여부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비관세 장벽 무기를 통해 한국 기업 명줄을 쥐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일본의 규제 범위와 방식에 따라 몇 달 안에 공장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10대 그룹 임원은 "지난달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를 발표 했을 때부터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社)는 핵심 부품인 파우치 필름을 전량 일본 업체에서 수입해왔다. 그런데 화이트리스트 규제가 현실화하자 국내외 생산업체와 접촉하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제품 테스트를 해보니 국내·중국산은 품질이 낮아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A급 파우치를 생산하는 기업은 일본 DNP와 쇼와덴코뿐이다.
 
일본의 대(對)한국 규제 강화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반도체 업계다. 이미 3대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한 방 얻어맞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원판인 웨이퍼, 반도체에 회로를 그릴 때 필요한 마스크 등의 핵심 소재까지 수출이 규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의 신에쓰와 섬코가 웨이퍼 세계 시장 점유율 57%를 차지하고 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일본은 공작기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수치제어반(CNC), 고전압용 콘덴서 등을 수출 허가 물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이 품목들은 1차적으로 수출 규제가 강화된다.
   
자동차 업계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진복합소재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수소저장용기에 일본산 탄소섬유를 써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진이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한 탄소섬유의 안전도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인증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수소차 생산에 일부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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