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개월 만에 2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과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관세 입장 발표 등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4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017.34) 대비 21.73포인트(1.08%) 하락한 1995.61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03포인트(1.09%) 내린 1995.31에 개장한 후 장중 1.37%까지 떨어지며 1980선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20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1월 4일 이후 약 7개월여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홀로 43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340억원어치, 50억원어치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날 현재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22.26) 대비 9.06포인트(1.46%) 내린 613.20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25포인트(1.65%) 내린 612.01에 개장한 후 장중 2.45% 급락해 607.01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600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7년 3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이날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데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가) 배제 발표를 앞두고 불안심리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배재할 경우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산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타격이 예상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의지에 따라 수출 심의를 지체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규제 강도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중재로 일본의 규제 강도가 약화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일본의 강경 기조가 이어진다면 국내 투자와 수출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존의 포괄적 허가보다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져 일본에서 수입하는 원료 및 중간재 공급 지연에 따른 국내 기업의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재료 국산화 및 일본 외 국가로의 공급 다변화는 당장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나루히토 일왕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공포하면 21일 뒤 바로 시행된다"며 "8월 15일 광복절, 24일 한일 군사정보협정(GSOMIA)의 연장 만료 등 한일문제는 가시밭길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점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만큼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된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9월1일부터 나머지 300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10%의 소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이미 25%의 관세를 부과한 2500억달러의 상품은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두 달여 만에 재개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된 직후 나온 것이다. 미중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무역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9월 협상을 재개하는 데는 합의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는 주로 소비재 품목에 해당돼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예상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만큼 일본 이슈에 더해 미중 무역갈등도 다시 격화되면서 단기적인 주가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미중 무역분쟁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MSCI 신흥국지수(EM) 중국 편입 등의 이슈와 맞물려 쉽지 않은 시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증시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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