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를 기록했다. 지표상으로 경기가 반등한 것처럼 보여도 실은 정부 재정지출로 겨우 버틴 '정부주도 성장'이었다. 수출과 투자 부진세는 지속됐고 민간소비마저 뚜렷하게 살아나지 못한 탓에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한국은행이 7월 25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실질 GDP' 속보치에 따르면, 2분기(4~6월) 실질 GDP는 전분기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7년 3분기(1.5%)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분기 성장률이 0.4% 뒷걸음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꾸라졌던 데에 따른 충격은 다소 걷힌 셈이다.
하지만 경기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 2분기 1%대 성장이 가능했던 건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에 나선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0.4%에 그쳤던 정부소비는 2분기 2.5%로 확대됐다. 막바지 재정을 쏟아냈던 지난해 4분기(2.8%) 이후 2분기 만에 최고치였다. 이로 인해 2분기 성장률 1.1% 중 정부의 기여도가 1.3%p나 됐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커진 건 중앙정부의 재정집행 높아지고 지방 교부금이 집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출과 민간 투자 부진세는 지속되면서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1%p에서 2분기 -0.2%p로 내려앉았다. 마이너스를 나타낸 건 지난해 4분기(-0.3%p) 이후 2분기 만이다. 특히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를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에서 민간의 기여도는 -0.5%p로 1분기(-0.2%p)보다 더 후퇴했다. 결국 민간에서는 성장률을 끌어내렸고, 정부가 견인한 셈이다.
GDP에 대한 지출 항목별로 보면 지난 1분기 -3.2%로 뒷걸음쳤던 수출은 전분기 대비 2.3%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표가 개선된 것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1%p 였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 등으로 부진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출이 성장세를 깎아먹었다는 얘기다.
건설투자도 1.4%, 설비투도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건설투자(-3.5%), 설비투자(-7.8%)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다. 수입도 3.0% 늘어 1분기 -3.4%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민간소비는 0.7% 증가해 1분기(0.1%)보다 증가폭이 커지긴 했다. 그러나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3%p로 정부소비 기여도(0.4%p)에 못미쳤다.
박 국장은 "수출과 민간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정부 지출과 투자 기여도가 큰 폭 높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1.1%로 반등했다"며 "하반기에 민간이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6% 감소했다.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크게 상승한 영향이다. 지난해 2분기(-0.6%) 이후 4분기만에 가장 낮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5% 감소해 지난 2009년 1분기(-2.5%) 이후 41분기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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