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이 지난 7월 3일 제안한 2020년도 최저임금(시급 기준) 최초 요구안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양측이 간극을 좁혀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 양측 뿐 아니라 정부도 이번주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운명의 한 주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0년에 적용한 최저임금 수준 심의를 재개한다. 이어 10일, 11일에도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다.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사흘동안 집중심의를 통해 논의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사례로 볼 때 노사의 막판 협상이 쉽게 끝나지 않아 12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노동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작년에는 노사가 퇴장과 파행을 반복하며 금요일(2018년7월13일) 저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아 토요일(2018년7월14일) 새벽 4시40분께 결정됐다.
 
올해는 13일과 14일이 주말인 점을 감안할 때 금요일인 12일 막판 협상을 벌이고 13일 새벽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노동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매년 워낙 변수가 많아서 향후 일정은 예측할 수가 없다"며 "올해 위원회가 처음 가동됐을 때 교수님들께 7월 중순까지 일정을 넉넉하게 비워달라고 요청은 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하는 날짜는 8월 5일인데 행정 절차에 20일 가량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7월 15일이 실질적인 최저임금 심의의 데드라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노사의 팽팽한 대립 상황이 이어질 경우 15일로 넘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일 심의 최종 데드라인을 묻는 질문에 "일정을 지연시키는 것 자체가 자원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진 않았지만 최대한 서둘러 매듭 짓는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지난 4일 제9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모두에 오는 9일까지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3~4일 9시간 동안 밤샘 회의를 펼쳐가며 협상을 벌였음에도 노사의 최초안 간극이 너무 커 협상에 진척이 없는 데 따른 것이었다. 노사는 수정안으로 얼마를 적어 낼지를 놓고 9일 전원회의 직전까지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초안의 간극이 큰 만큼 한차례 수정안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2차, 3차 수정안을 재촉하며 이견을 좁혀가는 시도를 반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정안 제출이 소모적인 형태로 진행되면 결론을 내기 위한 다른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현재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노사가 공익위원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안을 제출하게 한 다음 두개 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터무니없는 안을 낼 경우 공익위원들로부터 표를 받기 어려운 만큼 노사 각자가 서로 유리하면서도 현실적인 수준을 찾아 안을 낼 수밖에 없다.
 
둘째, 공익위원들이 일정 범위의 '심의촉진 구간(인상률 구간)'을 제시한 뒤 그 범위 내에서 협상을 유도하거나 표결을 하는 방식이다.
 
셋째, 공익위원들이 하나의 안을 제시한 다음 찬반 표결에 부치는 것이다. 이는 공익위원들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안팎에서는 첫 번째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7년 협상 때도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 최종안으로 노동계는 7530원(16.4% 인상), 경영계는 7300원(12.8% 인상)을 내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노사의 최종안 격차가 230원 밖에 나지 않았던 것은 공익위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현실적인 안을 찾으려는 눈치싸움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에 대해 공익위원들이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노사 양측이 최적의 금액을 제시하려면 막판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표결 때 결과를 보면 노동계 안은 15표를 얻었고, 경영계 안은 12표를 얻어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해도 노사가 내놓는 2개 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가 결국 공익위원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점을 노사 모두 잘 알고 있는 만큼 공익위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노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각종 경제·고용·분배지표를 동원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고 감정에 호소하는 읍소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노동계 쪽에서는 민주노총과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지난 2일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교수가 재직중인 숙명여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권순원 교수님,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읍소했다.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위원인 정용주 인천경기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3일 전원회의에서 "지금 가구업계는 시설 투자는 커녕 생산성은 낮아지고 최저임금은 올라가서 사람을 뽑는데 한계가 왔다"며 "공익위원들과 노동자 위원들이 3개월 동안만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해보시라. 꼭 한번만 와서 봐달라"라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공익위원 한 명이라도 더 우리쪽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익위원들을 강하게 비판하면 상대쪽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읍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사 모두 한표가 아쉬운 상황인 만큼 최종 표결 때는 노사 어느 한쪽이 퇴장하지 않고 18명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용자 위원 9명과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 위원 4명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 노동자 위원(5명)과 공익위원(9명)만 참석해 표결이 이뤄졌는데 공익위원안 8표, 노동자 위원안 6표로 공익위원안(8350원)이 의결됐다. 단 2표 차에 불과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만약 민주노총이 표결에 참여했더라면 노동자 위원안(8680원)으로 결정됐을 수 있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위원들도 한 표가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사용자 위원 측은 현재 전원회의 심의에 7명만 참여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권순종 위원과 오세희 위원은 업종별 구분적용 불발에 항의해 심의는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최저임금 수준을 표결하는 마지막 전원회의에는 참석할 방침이다.
 
사용자 측은 이미 현 최저임금이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했고 경제 상황, 취약업종의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업종별 차등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유급주휴시간 효과까지 감안하며 마이너스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자 위원들은 시급 1만원은 사회적 약속인 데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계층 감소와 임금불평등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임금인상의 삭감효과가 크다며 시급 1만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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