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3일 오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교역 규모 증가율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지난해 말 정부가 예상했던 것 대비 크게 변화된 세계 경제 여건을 반영했다"며 "국내적으로도 구조적 여건이 겹쳐 투자가 부진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수출 상황과 관련해 "연간으로는 작년 대비 -5% 정도 감소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업종별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해 지속해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이나 각종 민간 기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홍 부총리는 "(국회에 제출돼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집행이 반드시 이뤄질 것과 오늘 발표한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추진한다는 것을 전제로 둔 것"이라고 했다. 2차 추경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선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선 재정 보강은 마중물이고 민간 투자 회복이 근본 해법"이라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세제 지원책 등을 통해 민간 투자가 자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집행을 위해선 예산이 두둑해야 하는 상황이다. 25조원이 넘는 규모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세수 흐름은 부진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정부가 설정한 세입 예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번달엔 종합소득세, 다음달엔 법인세의 중간 미납 성적이 나오는데, 각각의 지표 흐름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앞서 발표한 발표문을 통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글로벌 성장의 모멘텀이 개선되고 성장세가 회복되는 타이밍이 올 것"이라며 "지금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확신을 갖고 경제 활력 제고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과 관련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조치에 대해선 상반기부터 관계 부처 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꾸준히 논의해왔고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일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재차 명확히 하며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해 (규제에) 해당하는 품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기간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의 수익성 다변화, 국내 생산 설비 확충 등을 위해 매년 1조원씩 집중 투자하고 민간 투자도 함께해 해당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이번 일본 조치를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올해 경제 패러다임 전환 노력과 함께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불확실성 확대로 대부분 국가와 함께 우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외 개방도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며 수출과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내적으로 인구 구조와 소비 패턴 등 구조적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며 민생과 체감 경기의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벤처투자와 신설 법인 수가 급증하는 등 혁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지난해 연평균 9만7000명 증가했던 일자리는 5월 들어 25만9000명까지 확대됐다"며 "최근엔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로 15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며 외국의 주요 투자자로부터 우리 경제의 튼튼한 기초 체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마땅히 경계해야겠지만 균형감을 잃은 과도한 비관론은 자칫 자기실현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에게만 닥친 어려움이 아닌 만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역량을 총동원해 경제 어려움 극복을 위한 해법 마련에 집중했다"며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큰 틀을 견지하면서 엄중하고 급변하는 경제 여건을 반영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정책들을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틀과 관련해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활력 보강, 경제 체질 개선과 구조적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 양극화 해소 및 포용성 강화 등으로 꼽았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세계 경제의 '업턴(upturn)' 기회가 도래할 때 우리 경제가 빠르고 힘있게 반등할 수 있도록 확실한 개선 모멘텀을 만드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며 "우리 경제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나아져 국민 한 분 한 분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설명대로 정부가 이날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골자는 한마디로 ‘감세’다. 1조원 이상 세금을 깎아주는 투자 인센티브 3종 세트를 비롯해 자동차 교체시 개별소비세 인하 등 각종 조세 감면책을 내놓았다. 감세와 더불어 화성 복합 테마파크 조성사업 등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지원, 면세점 구매한도 상향,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시 10% 환급 방안까지 나왔다. 쉽게 말해 국민에게 "돈을 더 써달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에 대해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를 쥐어짠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가 어려워 투자를 줄이는 것인데 감세 혜택을 한시적으로 준다고 해서 없던 투자 계획을 갑자기 세울 기업은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감세 정책들에 따르면, 먼저 기업의 설비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속상각제도 일몰을 연장하고 적용범위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가속상각제도란 기계 등 투자설비에 감가상각 속도를 높여 초기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전체 세금 총량은 같지만 투자초기에 세금을 조금만 낼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덜하다.
    
생산성 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도 한시적으로 상향한다. 대기업은 1%→2%, 중견기업은 3%→5%, 중소기업은 7%→10%로 올라간다. 생산성향상시설과 함께 안전시설에 대해선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당초 올해말이었던 일몰 시기도 2021년말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이 3종 세트로 약 1조1100억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잠정 추산한다. 가속상각제도 확대의 경우 투자 초기 감세효과는 있지만 과세가 이연되는 것으로 전체 세수 총량은 사실상 변화가 없다. 여기에 15년 이상 노후차 교체시 개소세를 한시적으로 깎아주면서 560억원의 감세가 생긴다. 단순히 계산하면 약 1조1660억원 가량의 감세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정도 수준의 대책으로는 향후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2.4% 역성장에 이어 1분기에만 17.4%가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으로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올해 전망치인 -4%는 종전 전망(1.0%)보다 5%포인트(p)나 하향 조정됐다. 당초 예상보다 투자 부진이 훨씬 깊고 반등 시점도 불확실하단 이야기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도 단발성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엄중한 경제 현실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적극적인 대응 의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중견련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체질 개선과 포용 강화, 미래 도전 요인에 중장기적 대응을 병행키로 한 것은 개별 정책의 지속성, 정책 간 연계성 확보의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견련은 "기업의 시설투자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경영 전략 아래 추진되는 과제임을 고려할 때 공제율의 폭과 적용 기간을 전향적으로 확대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되어 우리 경제의 활력회복과 체질개선은 물론 더 큰 포용성과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중기중앙회는 "2개월 이내 추경 집행, 투자와 수출 보강, 소비심리 제고와 같은 경제활력 대책을 마련하고, 산업혁신과 규제혁파 같은 체질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한 처방"이라며 "거래관행 개선대책 등 공정경제 기반 확충도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은 여전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매우 절박한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최저임금의 합리적 수준의 결정지원과 근로시간 단축관련 실태조사를 통한 대비방안 마련을 정부가 약속한 만큼 반드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 3종 세트로 약 1조1100억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잠정 추산한다. 가속상각제도 확대의 경우 투자 초기 감세효과는 있지만 과세가 이연되는 것으로 전체 세수 총량은 사실상 변화가 없다. 여기에 15년 이상 노후차 교체시 개소세를 한시적으로 깎아주면서 560억원의 감세가 생긴다. 단순히 계산하면 약 1조1660억원 가량의 감세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다음은 합동브리핑에서 홍남기 부총리와 기자단이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한 대내적인 이유와 장기적인 수출 전망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해 말과 비교해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성장과 교역 규모 증가율 둔화를 반영했다. 대내적으로는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서 투자가 부진했다. 수출이 7개월 연속 줄어든 점도 반영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약 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 경제 여건 변화와 글로벌 경제, 반도체 업황 동향을 토대로 전망치는 개선될 수 있다."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일본 수출 규제까지 겹쳤다. 전망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닌지.
 
"추경이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정했다. 이번에 발표한 민간 투자촉진을 위한 활력 대책도 제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이런 목표치를 제시했다. 다만 2차 추경 계획은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없다. 이번 하경정의 핵심은 민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다. 이를 통해 민간에서 투자가 자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투자 부진은 설비와 건설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한 개보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현재 생활 SOC 관련 예산이 8조6000억 정도이다. 건설경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는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그간 반도체를 포함해 해당 품목에 대한 소재, 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중점적으로 만들어왔다."
 
-일본 규제가 이번 성장률에 반영 안 됐다.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지.
 
"일본의 조치가 우리 경제 성장률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정부도 꾸준히 대책을 마련해왔고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관계부처와 당정 간 긴밀히 대응하겠다."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있는지.
 
"세수는 성장률뿐 아니라 기업 영업이익과 자산시장 이익 변동성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발표할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기존에 설정했던 세입 예산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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