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수출금액지수가 3년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물량지수도 반등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년6개월째 악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6월 26일 발표한 '5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10.06(2015=100)으로 전년동월대비 10.7%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2016년 4월(-13.4%) 이후 3년1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수출금액 하락을 주도한 품목은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5%)였다. 반도체 등 집적회로의 수출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8% 빠져 지난 2009년 3월(-39.8%) 이후 10년2개월 만에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수출물량지수도 3.1% 빠져 지난 3월(-3.3%) 이후 다시 감소 전환했다. LCD 등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9.8%)와 의약품 등 화학제품(-2.5%) 품목에서 큰 하락폭을 보였다. 반도체 등 집적회로의 수출물량은 7.7% 증가했으나 전월(31%)보다는 폭이 축소됐다.
 
수입물량과 금액도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입물량지수는 전월 1.9% 상승했으나 지난달 0.9% 하락했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16.5%)는 증가한 반면 기계 및 장비(-20.4%)는 큰 폭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부진한 영향 등으로 분석됐다. 운송장비도 16.2% 빠졌고, 원유 등 광산품도 7.2% 감소했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량과 순상품교역조건이 모두 하락한 탓에 전년 동월 대비 8.9% 떨어졌다.
  
한편 KB증권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중 무역전쟁 합의 불발 이후 글로벌 경제'에 대해 전망했다. KB증권은 “미중(美中) 무역갈등이 심화되면 중국 성장률이 급락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상무는 미중 무역전쟁 합의에 대해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올해 하반기 추가적인 무역협상에서 미중 양국간 무역갈등 합의가 불발될 경우 미국은 전체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미국 내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 조치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가능성도 점쳤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는 중국 수출 연간 7.1% 감소, 취업자 수 366만명 감소, 경제성장률 0.8%p 하락 등이었다.
  
둘째, 양국이 무난하게 합의에 도달한다면 미중 양국이 상호 무역 보복의 수위를 조절하며 현재 부과된 25%의 관세를 내년까지 유지하는 경우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중국 수출은 4.1% 감소하고 취업자 수는 147만명이 줄며,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해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약화될 걸로 봤다.
 
마지막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는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美中) 정상(頂上)이 무역분쟁 해결에 합의해 상호 부과했던 관세를 폐지하는 것이다.
    
장 상무는 "올해 미중 정상 간의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경기 전반적인 기본 전제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2500만 달러(약 290억고) 관세를 올해 말이나 내년에도 지속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