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달러 교환 비율이 네 자릿수인 화폐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절반 이상이 현재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하는 원화 화폐개혁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하는 원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물가인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바꾸지 말아야한다'는 반대 응답이 52.6%, '경제규모에 맞춰 화폐단위를 바꿔야한다'는 찬성 응답은 32.0%로 반대가 찬성보다 20.6%p 높았다고 5월 20일 발표했다. 해당 항목에서 '모름·무응답'은 15.4%였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란 화폐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 단위를 바꾸는 일종의 '화폐개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두 번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적이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충청권과 30대, 진보층,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지역별로 서울(반대 65.8%·찬성 24.7%), 대구·경북(62.5%·22.3%), 부산·울산·경남(54.9%·24.8%), 경기·인천(54.0% ·30.8%), 광주·전라(45.2%·27.3%) 순으로 반대 여론이 높았다. 특이하게도 대전·세종·충청의 경우 찬성이 62.6%로 반대(27.5%)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반대 38.8%·찬성 45.9%)를 제외한 전 세대에서 반대가 우세했다.
   
정치성향 및 지지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 지지층(반대 66.4%·19.2%)과 바른미래당 지지층(62.7%·28.0%), 보수층(71.1%·22.0%)과 중도층(57.3%·31.5%)도 반대 여론이 높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반대 42.0%와 찬성 41.1%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7547명 중 504명이 응답해 6.7%의 응답률을 기록했으며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0일 "현재 경제 대외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 국민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리얼미터

  

한편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거론되고 있는 화폐단위 변경 논란에 대해 "리디노미네이션을 기대하는 쪽에서는 기대효과와 장점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며 "한국은행은 이를 검토한 적도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으며 그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모아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제 대외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 국민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은 이 총재가 지난 3월 국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해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리디노미네이션을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입장을 표명했지만 최근 한국은행 간부가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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