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시신이 12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영안실에 안치됐다. 조 회장은 지난 8일 미국 LA에서 향년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 회장의 시신은 이날 새벽 사망확인서 및 방부처리확인 등의 절차에 따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로 옮겨졌고 오전 5시45분께 G6번 게이트를 통해 장례식이 거행되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운구됐다.
 
조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이명희(前 일우재단 이사장,70)씨를 비롯해 아들 조원태(대한항공 사장,44)씨, 딸 조현아(前 대한항공 부사장,45) 조현민(前 대한항공 전무,36)씨 등 1남2녀와 손자 5명이 있다.
  
조회장의 자녀인 삼 남매는 각기 따로 빈소에 도착했다. 상주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10시37분께 굳은 표정을 한 채 빈소에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검은 원피스 차림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11시5분께 병원 앞에 차량을 세우고 고개를 숙인 채 빈소로 향했다.
  
11시15분께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도 병원을 찾았다. 조 전 부회장은창업주 조중훈 선대회장의 동생이자 조양호 회장의 작은 아버지다. 곧이어 11시21분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다소 빠른 걸음으로 빈소에 입장했다.
    
앞서 조 사장은 이날 새벽 인천공항 2터미널 입국장에 들어오며 조 회장의 별세를 묻는 심경에 "마음이 참 무겁다. 가서 임종만 지키고 왔는데 가족과 협의해서 앞으로 있을 일을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의 유언에 대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할말은 없는 것 같다. 죄송하다"라고 밝히며 인천공항을 떠났다.
 
조 회장의 장례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회사장으로 5일 간 진행되며 조문은 이날 정오부터 시작됐다. 빈소에는 오전부터 문재인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김승연 한화 회장,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들어오는 등 분주했다.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로비 1층과 강서구 본사에도 별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사내 장례위원회의 석태수 한진칼 대표, 서용원 한진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이수근 부사장, 강두석 상무 등 한진그룹 임원들은 이날 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조 회장의 운구 모습을 지켜본 뒤 병원으로 이동, 조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빈소를 지켰다. 조 회장의 발인은 16일 오전 6시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한편 고인의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문객들은 일제히 조 회장의 타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올림픽 유치를 성공으로 이끈 그의 업적을 기렸다. 그러면서 생전 자신이 맡은 업무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강직했던 조 회장의 성품도 회고했다.
 
이날 빈소에는 조 회장과 함께 경제계에서 활동한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방문했다. 최태원 SK그룹은 회장 이날 오후 1시께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병원으로 찾았다. 그는 "재계의 어른이 또 한 분 돌아가셔서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했다. 고인과의 인연, 기업인으로서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이날 오전 11시46분께 빈소로 들어섰다. 약 20분 간 조문을 하고 나간 정 이사장은 "(조양호 회장이) 최근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며 "자주 뵙는 편은 아니었지만 가끔 뵙고 했다. 너무 빨리 돌아가셔서 슬프다"고 말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오전 11시55분께 빈소로 들어갔다. 한 사장은 빈소에 입장하기 전 조 회장의 별세에 대해 "훌륭한 분이 가셔서 아쉽다"고 심경을 밝혔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빈소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한 사장은 또한 "자구안을 성실히 같이 협의하고 있다. 열심히 해 봐야죠"라며 수주 안에 자구계획안을 다시 제출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네. 지금으로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시25분 빈소로 입장한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고인과의 인연에 대해 "생전에 고인을 재계회의에서 많이 뵀었다"고 말했다.
 
오후 3시경에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잇달아 발걸음했다. 박 회장은 조 회장에 대해 "예전에 이메일을 읽고 쓰시고 그런 모습이 기억 난다"고 회고했다.
 
이어 "업에 관한 얘기를 여쭤보면 실무적인 지식이 상당히 밝으셨던, 일에 관한 기억이 많다"며 "(고인의 별세가)굉장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지팡이를 짚은 채 엘레베이터를 타고 빈소로 내려온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0분 가량 빈소에 머문 뒤 발길을 돌렸다. 이 회장은 고인에 대해 "훌륭한 분이셨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후 5시30분께 빈소를 찾은 손경식 CJ그룹 회장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0분 간의 조문을 마친 뒤 나와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일으키고, 평창올림픽이란 지대한 공로 세우신 분"이라며 "이렇게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또 최근 여러가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인이 영면하시고 좋은 길 가시길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스포츠인'으로 활약했던 조양호 회장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는 조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조 회장은 과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생전 대한체육회 이사, 대한탁구협회 회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날 조문을 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평창동계 조직위원장으로서 같이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와 국적 항공 발전을 위해 애써주셨는데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분이 남긴 뜻을 위해 잘 받들어서 헛되지 않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도 "(조 회장은)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때 애 쓰셨고, 좋은 분이고 점잖은 분"이라며 "올림픽을 유치하려 할 때 회장님이 당시 유치위원장으로 준비위원장을 했는데 외국 IOC VIP들을 정성껏 모시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또한 빈소를 찾아 "연을 맺은지 10년이 넘었는데 각별한 애정, 조언을 많이 받았다"며 "꼼꼼하게 챙겨주셨는데 갑자기 보내게 돼 슬프고, 선수들 앞날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셨듯 저도 열심히 선수들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총재로 있는 한국배구연맹에서도 빈소에 조문을 왔다.
  
정관계에서도 고인을 기리기 위한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에 빈소를 찾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1시40분께 빈소를 떠나며 "고인께서 항공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셨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1시30분께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도 빈소에 발걸음했다. 오후 12시께 빈소를 찾아와 10분 간 조문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회장에 대해 "말수는 적었지만 상대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시고 그런 분이었다"고 전했다. 무소속인 이정현 의원도 1시45분께 빈소에 들어섰다.
 
곧이어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도 추모를 위해 빈소를 찾았다. 정 의원은 조문을 마치고 나가며 "고인께서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을 하셨고, 외유내강하신 분으로 누구 탓하지 않고 역할을 묵묵히 해 3수만에 평창올림픽 유치에 큰 공을 세우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공산업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는데 객관적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정치인의 입장에서 이렇게 돌아가신게 면목없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문희상 국회의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안상수 의원, 권용복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한승주 전 국무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자료=대한항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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