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위 표에 대한 설명부터 해보자.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8년도 2/4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 보고서에 나오는 표다.
   
올해 2분기의 가계별 소득을 조사해봤더니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2인 이상)의 월 소득이 132만5000원이고,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 소득은 913만5000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할 때 저소득층(1분위)의 소득은 3.7% 감소했고, 고소득층(5분위) 소득은 12.4% 늘어났다.
   
그 이유를 봤더니 저소득층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서 각각 15.9%, 21.0% 줄었고 반대로 고소득층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서 각각 12.9%, 8.8% 늘었다.
  
정리하면 저소득층은 작년에 비해 일자리가 없어졌거나 직장을 다녀도 월급이 오히려 줄었다는 얘기고, 고소득층은 월급과 사업이익이 늘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통계수치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늘려 돈을 많이 벌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경제정책을 펴왔는데 현실적으로는 그 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이란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의 일자리를 늘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면 총수요가 증가해 전체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이 대표적 지지론자이다.
  
정부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 쪽에 가까운 관료다. 그는 문 정부의 또 다른 경제정책 중 하나인 혁신성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가 심심찮게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김 부총리가 겉으로는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 ‘파워’면에서는 장하성 실장에게 밀린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동안의 발언 등을 보면 장 실장과 같은 입장이다.
   
장하성 실장은 최근 경제 관련 대책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연말에 나타날 수도 있으니 조금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문 대통령도 같은 말을 했다.
 
반면 김동연 부총리는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장하성-김동연 두 사람이 바라보는 ‘고용참사’ 원인에 대한 진단도 서로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현실을 직시해 경제학자, 경제 관료 등의 경고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가 이미 왔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다시 높이는 지름길이다. 사진=청와대

청와대와 정부가 합심해 경제정책을 펴도 모자라는 판에 엇박자가 계속 나오니 ‘시장’은 계속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왔고 그 결과가 ‘숫자’로 나온 것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 중에서 ‘근로소득’ 부분만 조금 더 살펴보자.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2인 이상·명목)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1만8000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분기(-13.3%)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진 수치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라고 한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보다 12.9% 증가한 661만3600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만 놓고 보면 13.0%를 기록한 지난 2008년 1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사상 최대치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고소득층 근로소득이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인상된 이후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변화 양상"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서비스업과 일용·임시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반면 관리·전문직 일자리 등이 많은 고소득층에서 오히려 임금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요컨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증대를 통해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거꾸로 소득 양극화 현상을 가져오는, 다시 말해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고용시장 한파, 자영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저소득층과 일부 중산층의 소득감소는 소득불균형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하고 각종 저소득층 소득보전 대책을 발표했지만 소득불균형은 오히려 악화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지출 확대만으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번 통계에서 확인됐다"며 "근본적인 소득불균형 완화는 기업이나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확장적 재정 기조를 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2019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최대한의 확장적 재정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고용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예산을 최대한 늘리고, 저소득층 구직촉진 수당도 새로 만들어 지급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도 확대하고,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기부양책인 ‘대규모 토목사업’은 펴지 않겠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사진=니어재단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과거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은 한마디로 이치에 맞지 않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며 “대선 공약집에 들어 있는 경제사회 분야의 상당 부분을 들어내야 혁신성장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17대 국회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적이 있다. 그는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사퇴의 변’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당시 그는 “열린우리당이 좌파적 생각과 노선으로 흐리지 않고 시장경제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에 의원직을 그만둔다)"라고 주장밝혔다.
   
정덕구 이사장은 현재 경제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을 둘러싼 노동, 교육 등 전반적인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생산성 위조로 임금제도를 전환해야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산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은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지역이나 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하고, 같은 기업 내에서도 1년차와 5년차 직원 간에 차별을 두는 등 생산성 위주로 최저임금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산업정책과 환경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환경 측면만 보고 탈원전 정책을 펴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경제학자, 경제 관료 등의 경고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가 왔다. 그것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다시 높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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