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되돌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북한 최고권력자이자 독재자 김정은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불러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 사라지게 됐다. 현 정부 들어 문재인-김정은이 세 차례 만났음에도 남북관계는 전혀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이다. 금강산관광도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 일본 등 오랫동안 동맹, 지원국 또는 경쟁국 등을 통해 우리에게 결과적으로 선(善)한 역할을 해온 나라들과는 자꾸 멀어져 가는 상황에서 김정은 눈치만 보는 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월 21일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이번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내왔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참석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 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이 북남 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에 그만큼 미국에 기대다가 낭패를 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 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통신은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 "이 순간조차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북남 관계를 들고 미국에 구걸행각에 올라" 등 우리를 향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을 기울여왔던 김정은의 초청 구상이 무산되자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평화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문재인 청와대가 제기한 비밀 수준의 물밑접촉까지 까발렸다. 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1월 5일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공식 초청했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태국에서 귀국했던 시점이다. 친서를 전달한 이후에 김정은이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청와대는 별도의 특사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몇 차례 보내왔다고 북측이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모친상 때 김정은 명의의 조의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메시지 교환이 이뤄졌다고 한다. 조의문과 그에 대한 답신을 보내는 계기에 접촉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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