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돈재 전(前) 국정원 1차장이 7월 29일자로 출범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체제에 대해 ‘국정원을 무력화할 독소조항들’을 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당정청이 합의한 국정원 개혁안이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등 국정원을 무력화할 독소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간첩 천국을 조장할 대공(對共) 수사-정보 분리’라고 지적했다.
 
염 전 차장은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폐지될 경우 간첩 천국이 되기 쉽다"면서 “간첩수사를 위해 필수적인 국내정보와 국외정보의 통합, 정보와 수사의 유기적 결합이 불가능해지는 데다 국정원이 60여 년간 축적해온 정보, 파일, 인력, 활동기법을 활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경찰은 해외조직이 없고 외국에서의 정보·수사 활동이 불법화돼 있다"며 “박 원장은 국정원과 경찰이 협조하면 잘될 것이라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 정보위원회와 감사원을 통한 통제 강화도 국정원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외부통제가 많을 경우 보안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창의적이고 과감한 사업 추진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 제도를 가진 나라가 매우 적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염 전 차장은 지적했다.
 
염 전 차장은 “국정원의 흑역사 청산 개혁으로 ‘대통령에게 보답하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라고 했다. 대공수사권 이관도 흑역사 때문이라 했는데 지난 20년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가 문제가 된 것은 2013년 유우성 사건 단 한 건뿐이며, 이 사건도 ‘간첩조작’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의 흑역사를 청산한다면서 이근안 사건, 박종철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최근 탈북여성 성폭행 사건 등 찬란한 흑역사를 가진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이 올바른 흑역사 청산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데 매진하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법 어디에도 그 일이 국정원 임무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국정원 임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보적 지원’에 그쳐야 한다"며 “정치개입 금지에 주력하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훈 전 원장을 잘 연구하기를 권하고 싶다"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서 원장 때 왜 수사권 이전이 안됐고 왜 대북특사 단장을 맡지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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