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란 정부가 국내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CNN·BBC 등의 외신(外信)에 따르면, 1월 11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 카비르 대학교 앞에서 1000여명이 여객기 격추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샤리프 대학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와 이란 파르시어(語)로 “나의 정부는 계속해서 당신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시위대를 지지했다. 이에 여객기 오인 격추 사건이 이란 내(內)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동영상을 보면 시위 참가자들 중 일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고 책임자들의 처형을 요구했다. 또 다른 동영상에는 시위대가 "하메네이는 부끄러운 줄 알라. 나라를 떠나라"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현지 반관영 언론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당초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희생자 추모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혁명수비대가 오인 격추를 인정한 후 반정부 시위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로이터통신은 테헤란뿐만 아니라 이스파한, 시라즈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BBC는 이번 시위가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이후 벌어졌던 시위에 비해 규모가 훨씬 더 적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파르시어(語)로 올린 트위터 글에서 "용감하고 고통받은 이란 국민에게. 나는 대통령이 된 이후 당신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그리고 나의 정부는 계속해서 당신들과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여러분의 시위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여러분의 용기는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 반정부 시위 동영상을 올리고 "이란 국민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그들은 체제의 거짓, 부패, 무능, 하메네이의 도둑정치(kleptocracy) 하에서 혁명수비대의 잔혹성에 신물이 나있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는 이란 국민과 함께 서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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