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0일 오전 수행단과 함께 평양에 도착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14년만이다.
 
중국 CCTV와 관영 신화통신 등은 시 주석이 탑승한 전용기가 이날 오전 11시40분 평양에 도착했다고 속보로 전했다. 수행단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이다.
앞서 CCTV는 이날 오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총서기, 국가주석 시진핑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하고 이날 전용기편으로 베이징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북한주재 영국 대사는 6월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 시진핑 주석의 첫 북한 국빈방문을 맞아 평양 도심 곳곳에 중국 국기(오성홍기)가 내걸려 있고 길에는 환영인파가 몰려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사진=콜린 크룩스 대사 트위터

 

현지 분위기에 대해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북한주재 영국 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 시진핑 주석의 첫 북한 국빈방문을 맞아 평양 도심 곳곳에 중국 국기(오성홍기)가 내걸려 있고 길에는 환영인파가 몰려있다"고 전했다. 그는 "밤새 평양 시내에 중국 국기가 설치됐으며 도로변에는 환영인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룩스 대사는 트위터에 4장의 평양 도심 사진도 게재했다.
  
사진에는 평양 도로 곳곳에 북한 인공기와 오성홍기가 걸려 있고, '조중(북중) 친선'이란 문구가 쓰인 간판도 설치됐다. 환영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이 도로변에 나란히 앉아서 대기 중인 모습도 있다.
 
시진핑-김정은 회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을 예의주시하면서 앞으로 열흘간 숨 가쁘게 진행될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정상 외교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리는 반부패 정책협의회 외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정상외교 진행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이 전날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 문제 개입을 시사(示唆)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조선측 및 해당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조심스럽게 중북(中北)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한국·미국과의 대화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각 밀착하면서 남북미 중심으로 진행되던 비핵화 대화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무역 협상과 대만·홍콩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대미(對美) 압박 카드로 사용하려 할 경우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對北)제재 완화 등을 시도할 경우 미북비핵화 협상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 6월 17일 '북한 비핵화 이슈를 미·중 무역분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의 목표는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전후로 이어지는 각국과의 정상외교 준비로도 분주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 기간 동안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29일 이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한미(韓美), 한중(韓中)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미북·남북간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협상의 동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북한에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짧은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미 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이전 남북 간의 접촉이나 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작년 5월 26일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때 북측에서 20시간 전에 알려줬다. 그러니까 20시간만 있으면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 개인적으로는 두 정상이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해야 한미정상회담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시진핑-김정은 회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자국(自國)의 비핵화 양보안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도록 요청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시 주석에게 "(비핵화에 관련된) 북한 측의 방안을 설명하고 이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도록 요청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을 미국과의 중개역으로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시 주석의 방북을 수용한 것은 "미북협상에 대비해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또 김정은이 올 4월 시정연설에서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 요구 조건을 버리고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밝히고 이달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이 내용을 반복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핵 시설 폐기 등 양보안을 제시하고 그 방안을 시 주석이 이달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하게 하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선을 위해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방안을 수용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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