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과연 세계를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까. 이런 가운데 북한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발보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ICBM을 양산할 때 1기당 200억원 정도 든다고 들었다"며 "양산 가격이 200억원이면 개발 가격은 5배 이상 된다. 많을 경우 10배인 2000억원 이상도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발사체 개발 비용은 상당히 비싸다. 우리 정부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조9572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 생산과 발사는 북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은 우리와 기본적으로 경제 체제가 달라서 산술적으로 표기하기 어렵다"며 "얼마인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북한은 각종 시험 횟수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추가 절감한다. 시험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는 비용을 없애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북한은 시험 횟수를 줄이는 대신 동해 등을 향해 무기를 발사하는 도발 행위를 하면서 각종 측정 자료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근 교수는 "우리 우방은 최소 5번, 최대 20번 시험 발사한 뒤 전력화하는데 북한은 1번만 시험하고 전력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 역시 무기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전문가들이 북한이 이번 크리스마스 때 군사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크리스마스는 발사를 하기에 적당한 기상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나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기반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며 "통신 설비와 함께 데이터를 수신하고 분석하고 해석하고 활용할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이것들을 북한이 독자 구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전적 비용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외교적인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 제재가 한층 강화되는 한편 우군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외면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창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문연구위원은 "ICBM 발사에 따른 가장 중요한 비용은 유엔 안보리 결의 직접 위반에 따른 국제적 비용"이라며 "북한의 ICBM 발사를 막는 2017년 안보리 결의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했다. 북한이 다시 ICBM을 발사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추가 제재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짚었다.
 
그는 또 "내년에 미국과 대화를 하려면 마지막 카드인 ICBM을 너무 먼저 써버리면 다른 카드가 없어진다"며 "게다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걸면 중국이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여지가 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월 24일(현지시각)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해 “미국은 성공적으로 대처할 것이며 어쩌면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휴가차 머물고 있는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군과의 화상회의를 마친 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놀라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고, 매우 성공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멋진 선물일 것이다. 어쩌면 미사일 시험과는 반대로 아름다운 꽃병을 보내주는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꽃병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멋진 선물을 받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모른다.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까지 제재 해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면 미국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는 북한의 경고에 낙관적으로, 그리고 농담으로 접근했다"며 "김 위원장이 그의 선물을 포장하고 있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교안보 안팎에선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두고 인공위성이나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미사일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북한도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고 '중대 시험'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미국도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은 12월 23일 CNN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보유국 지위 강화 등의 대미(對美)강경책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최대 경제협력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강경 도발을 원치 않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도 알고 있다며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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