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부정적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해제와 관련해 비핵화 성과와 연계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북화해 무드에도 불구하고 한미(韓美)동맹에 대한 지지는 더욱 높아졌고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대외관계 및 북한에 대한 일반국민의 인식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6월 25일에서 28일까지 4일간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앞서 지난 4월 27일 역사상 세 번째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한 달 뒤인 5월 26일에 다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어 6월 12일에는 역사상 첫 미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국가는 미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일본·러시아 등에 대해서는 적대적 감정이 더 많았다. 특히 중국과 북한은 향후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평가와는 달리, 우리 국민의 다수는 6·12 미북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의견이 많아 향후 비핵화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우리 국민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이며 이런 의견이 많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한미군의 역내 기여와 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고,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반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악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영향력을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참여와 경제적 지원 역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했다.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지속 및 진전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북경제협력의 경우 비핵화협상의 진전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상당히 진전될 때까지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응답자의 88.8%가 동의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한 동기를 묻는 질문에서는 71.6%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 정책의 효과’라고 답했다.
  
세부항목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먼저 북한을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응답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다.
     
북한에 대한 감정과 인식.

북한에 대한 감정과 인식 정도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물론 3년 전 조사와 비교해 감정적 차원은 긍정의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지만 체제에 대한 평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우쳐 있는데 구체적으로 ‘신뢰할 수 없고’ ‘정직하지 않으며’ ‘무책임하고’ ‘공격적이며’ ‘위협적이고’ ‘악하다’는 느낌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소수에 불과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62.3%에 달했다. 물론 작년 대비 25.1%p가 줄어든 수치다. 작년에는 87%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의 궁극적 목적을 한반도 ‘통일’로 보던 과거의 시각과는 달리 ‘남북관계 개선+한반도 평화가 통일로 이어진다’는 인식은 약해졌고, 통일을 서두르기보다는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2015 vs.2018)
 
북한이 ‘지원대상’이라는 응답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북지원에 대해 ‘퍼주기 논란’이 있었고, 지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일각의 비판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및 미북의 대화국면을 거치면서도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또한 넓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얼마나 위협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1%가 ‘매우’ 또는 ‘다소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5.7%가 동의했다. 이러한 수치는 과거의 다른 조사와 별 차이가 없어서 남북 및 미북정상회담의 개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선택한 비율은 3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8.8%에 불과했다.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방향에 대해서는 ‘한미동맹 강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57.6%로, ‘독자적 외교정책 추진’(11.9%)에 비해 훨씬 많았다.
 
한미동맹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주둔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은 ‘북한과 미국 간 관계가 진전되면 주한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진술에 29.3%만이 동의했다. 미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에 기여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금 기여한다’ 44.7%, ‘매우 기여한다’ 44.5%로 전체의 89.2%가 긍정적 역할을 인정했다.
 
미북정상회담 직후 나온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 우리 국민은 ‘북한과 미국 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은 한미연합훈련은 중단되어야한다’는 진술에 대해 찬성 46.9%, 반대 53.1%로 나타났다. 이는 미북정상회담 이후에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북관계 개선 이후 ‘미군철수’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젊은 층과 노년층에서 반대가 많았다. 이는 대북문제 인식에 있어서 젊은 층의 보수화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긴밀한 한미 간 정책공조를 통해 북미 간 후속협상에서 최대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조치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 다수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문제를 별개로 인식하고 있어 정부는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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