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老子가 간파한 태생의 순리
●"의학의 한계는 숫자 3의 비밀에 있다"
●"슬럼프 때 명리학 공부한 게 환자 이해에 도움"
“(시험관아기 시술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 임신성공률이 60~70%까지 올라갈까요. 전 그렇게 안 봐요. 항상 30~40%일 겁니다. 왠지 아세요? 그게 우주의 법칙이고 자연의 순리입니다. 이 진리를 노자가 기원전에 이미 꿰뚫어봤더군요. 어떠한 생명이 잉태된다고 해도 자연의 섭리상 30%만 살아남게 된다는 걸 그 양반이 알고 있었더라고요. 혹시 노자의 ‘도덕경’ 읽어보셨어요?"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률을 놓고 노자(老子)의 도덕경 백서본에 나오는 문맥을 인용하려는 이 남자. 훤칠한 키에 누가 봐도 ’시크한 차도남’인 그가 중국 고대 사상가의 논리를 거론하는 것이 신기했다.
 
노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초나라에서 활동한 사상가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무위무욕(無爲無欲)을 전파한 도가사상의 대가(大家)다. 서양의학을 전공한 산부인과 의사로서 우주생성설과 음양의 자연학을 거론하며 노자의 관점으로 생식의학의 한계를 설명하는 있는 이 남자는 바로 이윤태 수목여성의원 원장이다.
 

숫자 ‘3’의 비밀...3에서 만물이 나온다는 三生萬物’의 원리
     
이윤태 원장을 만나러 가면서 ’병원 이름 짓는데 음양오행까지 참고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는 명리학과 노자, 도덕경 등 고전이 줄줄 나왔다. 의사 세계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드문 사람이었다. 왠지 잘 나가는 의사들과는 대척점에 서있는 듯했다.
  
“도덕경 50장에 이런 말이 나와요. ’出生入死(출생입사) 生之徒十有三(생지도십유삼) 死之徒十有三(사지도십유삼) 而民生生動(이민생생동) 皆之死地之十有三(개지사지지십유삼) 부하고야(夫何故也) 以其生生也(이기생생야)’라고. 태어난다는 것은 죽음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생기되 세상에 아예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육체생명이 열에 셋은 되고, 세상에 태어났지만 중간에 죽어버리는 육체생명이 열에 셋 정도 된다는 뜻이에요. (노자께서)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너무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기원전에, 의사도 아니면서… 유산율이 30%인걸 어떻게 알았을까. 정말 신기하더군요."
   
이 원장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단태동물이 임신을 하면 뱃속에서 30%가 저절로 걸러진다고 한다. 세상에 나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개체만 태어난다는 것이다.
 
“사람도 임신하면 8주 전후로 문제가 있으면 자궁에서 걸러집니다. 자연임신을 했건 인공적인(인공수정 또는 시험관아기 시술) 임신을 했건 자연유산율이 25~30% 정도 돼요. (이것이) 자연의 원리이면서 의학의 한계와 부딪치는 부분인 거예요. 결국 30%만 사는 겁니다. 야구 타자의 3할대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되어요. 어떻게 보면 세상일이란 게 숫자 ‘3’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자연의 순리에서 3은 정말 중요한 이치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섭리가 ‘3’과 연관이 있다고 강조하는 이윤태 원장. 숫자 ‘3’하면 고작 서른세 살 ‘삼땡’, 내기할 때 ‘삼세번’, 음력 3월 3일의 ‘삼짇날’ 등만이 떠오르는 기자로서는 숫자 3을 의학의 한계와 연관지어 유추하는 그가 놀라웠다.  
        
이윤태 원장 서재 한켠에 있는 인문학 서적들.
  
 
인문학 서적으로 채워진 의사의 書齋
 
지식인에게 서재는 자기만의 놀이터이자 생각의 저장고인 법. 이윤태 원장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인터뷰 도중 잽싸게 눈을 돌려 대충 살펴봤는데도 한 벽을 채운 서가에는 인문학 서적들이 즐비했다. ‘붓다의 시간관리’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주역강의’ ‘2030 대담한 미래’….
        
“노자는 도덕경에서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이라고 했어요. 도가 일(1)에서 생기고, 일(1)은 이(2)를 낳고, 이(2)는 삼(3)을, 삼(3)은 만물을 낳는다는 거죠. 만물의 생성 중심에 3이 있다는 겁니다. 우주 만물의 생성원리이며 3에서 만물이 나온다는 ‘삼생만물(三生萬物)’인 거죠. 1은 하나이자 모두를 뜻하고 만물을 잉태하는 그 시작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도(道)가 비롯되었다는 거예요."
     
숫자 ‘3’은 동양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철학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중요하게 거론되어져 왔다. 일반적으로 중요한 숫자를 꼽아보라면 럭키 세븐 ‘7’을 떠올리지만, 역사와 신화에서는 숫자 3이 더 신성시 되었다. 플라톤은 숫자 3을 ‘이데아의 숫자’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3을 ‘일체’라는 표현에 들어맞는 최초의 수라고 했으며, 피타고라스는 ‘삼각형은 우주적 의미에서 생성의 시작’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동양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숫자 3이 신성하고 길한 수(數)로 인정을 받았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숫자 3은 양수(陽數)이자 길한 숫자이므로 3이 두 번 겹치는 날을 ‘양기가 가득한 날’로 손꼽았을 정도다.
   
고대 사람들은 숫자 ‘1’이 불완전한 수라면, ‘2’ 또한 역시 불안전한 수다 보니 ‘1’과 ‘2’가 합한 ‘3’을 완전한 수로 인식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우리나라 문화에선 삼(三)이 신성에 가까웠다. 삼족오, 삼신, 삼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하다못해 곡식의 양을 말할 때에도 서말, 서되, 서홉 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모두가 ‘3’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서양의학과 동양철학의 만남
   
-예로부터 숫자 ‘3’이 두 개 겹치는 날은 ‘삼짇날’이라고 했잖습니까. 음력 3월 3일에 삼짇맞이 고사를 지내거나 자식 점지를 해주는 ‘삼신할머니’를 모셨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자식을 점지해주는 할머니도 삼신(三神)이었네요. 세 명의 할머니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삼신할머니 할 때 ‘삼’이 석삼자(三)이지만 숫자 3과 탯줄의 의미를 같이 말하고 있을 겁니다. 삼신(三神)의 ‘三’을 숫자가 아니라 삼태(三胎)로 봐야 한다는 거죠. ‘삼’은 뱃속의 아이를 싸고 있는 막과 태반, 태보(胎褓)의 ‘태(胎)’로 풀이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태(胎)’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물의 기원으로 ‘시작’과 ‘아이를 배다’라는 뜻이라고 되어 있어요. ‘태(胎)’는 태반, 탯줄, 태아를 통틀어서 말하는 것이죠. 옛날 사람들은 탯줄이 ‘삼줄’, 즉 새끼줄-탯줄-생명줄로 해석을 했다고 합니다.

흔히 삼신할머니를 놓고 세 명의 신(神)이 수태, 임신, 자궁을 관장한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삼신’은 ‘태신(胎神)’을 말하며 ‘세’ 가닥의 혈관이 하나의 탯줄을 이루어진 것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어쨌거나 우주 자연 삼라만상의 중심에 3이 있다는 겁니다. 사람의 척추 뼈도 33마디로 구성되어 있어요. 지구도 육지 대 바다가 3대 7이잖아요."
  
-그러고 보니 달도 초승달, 보름달, 그믐달… 세 가지로 나누어지네요.
  
“생리주기가 달하고 관련이 있어요. 동서양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여성의 생리를 서양에서는 멘스(menstruation)라고 했고, 우리나라는 ‘월경’이라고 했어요. 그 월경의 ‘월’자가 달 월(月)자거든요. 생리주기가 달의 변화와 연관성이 있다는 본 거죠. (옛날 여성들이) 달의 변화를 보면서 생리주기를 대충 계산했던 거죠. 달 변화 주기를 기준으로 합궁 날짜와 월경시작 날짜를 계산했을 겁니다. 여성의 몸이 달의 변화와 맞물려 있거든요.

(달 모양이) 14일~15일 주기로 변하잖아요. (달이) 두 번 변하면 생리를 한다고 계산한 거예요. 28일 만에 생리가 나오고, 임신을 하면 280일 후에 자식을 낳아요. 사람의 몸을 ‘소우주’라고 하잖아요. 하늘에 5운(木, 火, 土, 金, 水)이 있고 땅에는 6기(風, 熱, 火, 濕, 燥, 寒)가 있다고 했는데, 지구에는 오대양 육대주가 있고 인체에는 오장육부가 있잖아요. 1년 365일이라면 인체에는 365개의 뼈마디가 있습니다. 1년은 12개월 24절기로 되어 있고, 인체도 12개의 척추와 24개의 갈비뼈가 있어요."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와 대화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원장님께서는 동양의학과 동양적 우주론 등을 따로 공부하신 건가요?
     
“93년도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었어요. 난임전문병원이었던 미즈메디에서 9년간 있을 때에는 내시경센터장을 했어요. 2002년에 7명의 의사가 모여서 난임전문병원을 개원했는데, 7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까 삐걱거리더라고요. 문제가 생겨서 재판까지 가는 일이 있었어요. 병원 일을 그만두고 몇 년 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나!’ 생각을 하게 되었죠. 지인이 ‘이런 공부도 해보세요’라며 명리학 스터디 그룹을 소개해 줬어요. (명리학 스터디 그룹에) 가보니 변호사도 방송사 PD도 와 있더라고요. 명리학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지식인들이 모이는 정말 재미있는 스터디였습니다. 매력적인 공부였어요. (그 스터디에서) 사주명리학을 통해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주에 없는 자식
     
-서양의술을 행하는 의사가 명리학에 관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이합니다.
  
“난임환자를 보면서 가끔 가졌던 의문이 있었어요. 의학적 한계에 봉착했을 때 ‘이 사람 사주에 자식이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지게 되더군요. 흔한 말로 ‘사주에 애가 있냐 없냐’를 궁금해 하잖아요. 의사로서 정말 너무 알고 싶었어요. 명리학 공부해보니 자식이 ‘있고 없고’에 대한 약간의 답을 얻을 수 있더군요."
     
-사주를 풀면서 자식의 유뮤(有無)를 알 수 있나요.
 
“(사주상 자식이 있다 없다는) 두 가지예요. 사주 용어상 ‘식상(食傷)’이라는 것이 있는데, 식상이 ‘있고 없고’와 오행 중 ‘수(水)가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겁니다. 식상은 식신과 상관을 말하는 거예요."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명리학에서 일간(日干) 즉 태어난 날의 오행은 아주 중요하다. 그 일간의 오행을 기준으로 다른 것과의 상생(相生) 상극(相剋)관계를 풀 수 있으며, 음양오행을 풀어서 10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사주풀이에서 십성(十星)에 해당된다.
  
큰 틀로 봤을 때 비겁(比劫)은 형제 자매, 식상(食傷)은 자식, 재성(財星)은 남자에게 부친 혹은 아내, 관성(官星)은 여자에게 남편, 인성(印星)은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모친으로 풀 수 있다고 한다. 즉 무엇이 있고 없고, 많고 적고가 사주 구성상 기본틀이 되어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게는 ‘식신(食神)’은 밥이고, 말이고 ’끼’가 될 수 있다. 여자는 식신이 있어야 밥그릇이 두둑하고 자식복이 있을 수 있다고 풀이한다는 거였다. 
    
-사주에 자식이 없는데, 자식을 낳는 분도 많던데요.
  
“그럴 수 있어요. 10년마다 대운이 바뀌니까 水(수)가 없는 사람이 대운이 바뀌면서 水(수)가 들어온다면 그럴 때 자식이 생길 수 있는 거죠. 운명이라는 것은 불변이 아니라 리듬을 타면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살면서 절호의 찬스가 오는 순간이 있을 수 있잖아요. 자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에 자식을 만날 수 있어요. 난임의사가 명의라서 자식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운이 자식을 잉태할 운이라고 보면 됩니다.

흔히 10년 만에 애가 생겼다고 하잖아요. ‘왜 하필 6년도 아니고 7년도 아니고 10년 만에 애 가졌을까?’ 궁금하지요? 우리 주변에 10년 만에 자식 낳았다는 부부가 정말 많습니다. 그건 10년 주기로 대운이 바뀌면서 그 부부에게 부족한 무엇이 채워져서 성공했다고 보면 됩니다. 며칠 전에도 10년간 안 되던 임신이 저한테 와서 되었다고 아기사진을 올리셨어요. 제가 만들어줬지만 그분 운이 임신이 될 운이었던 거죠."
  
이 원장은 “저마다 운명에 동선이 있는데, 그 리듬을 잘 파악해보라"면서 “그 누구의 인생에서도 10년, 30년 단위로 지배하는 운이 있으며, 사람마다 대운의 리듬숫자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의사로서 무책임하게 들립니다. 만약 사주에 애가 없는 부부가 원장님에게 온다면 어떻게 대처를 하시는지요. 수익을 위해 시술을 하시겠지요.
  
“명리학은 55%만 참조합니다. 사실 사주풀이로 그 사람의 운명을 100% 알 수가 없어요. 저마다 그 ‘때’가 중요할 뿐입니다. 본인 사주에 애가 없어도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분들이 많아요. 안 좋을 때에는 느긋하게 잊고 취미생활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 ‘때’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실은 자식을 만날 그 때가 되면 스스로 움직여요. 평소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가 남편을 설득해서 병원으로 가게 만듭니다. 별안간 자식을 낳고 싶어지는 거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본인이 인생을 개척하고 도전하더라고요."
  
-생명의 기운, 생산의 ‘때’를 느끼기도 하나요.
    
“이젠 좀 보여요. 임신을 할 때가 되면 아우라(Aura)가 있어요. 기가 충만하고 환해져요. (난임여성이) 문 열고 들어오는 자태만 봐도 느낄 수 있겠더라고요. 봄에 싹이 틀 때 그 봄기운처럼 따사롭게 밝다고 해야 하나요. 열매가 맺힐 것이 예고되는 기운, 같은 거죠."
  
-난임부부를 진료하면서 사주까지 봐 주시나요.
   
“간혹… 명리학은 양력 생년월일만 있으면 대충 짚을 수 있거든요. 진료카드에 나이와 생일이 있으니까 궁금할 때 짚어볼 수 있는 거죠. 물론 의사가 환자 붙들고 명리학 얘기할 순 없어요. 환자와 친해지면 가끔 말할 수 있어요. 남편이 같이 오면 남편도 봐주기도 하고…"
  
-사주풀이상 자식이 ‘없다’고 나온다면, 의사로서 어떻게 말하나요.
   
“(그 부부 사주에 자식이 정말 없을 것 같으면) ‘기도 많이 하라’고 해요. 기독교인이 아니면 대구 팔공산에 가서 기도하라고 하고요.(웃음) 기도하면 임신을 한다는 게 아니라 기도의 힘으로라도 소원을 빌어보라는 얘기입니다. 올해는 영 안 되고 내년에 될 것 같으면 좀 쉬었다가 오라고 해요. 힘든 부부에게 는 메이저병원으로 가서 해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큰 병원에 가서 안 되면 스스로 느끼면서 포기할 수 있거든요."
  
-사주를 뽑을 때 태어난 시는 정확히 어느 순간인가요.
     
“(출생시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는 조용헌 씨는 ‘탯줄을 자를 때’라고 했더군요.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애가 첫 호흡의 때입니다. 첫 울음의 순간인 거죠. (태아가) 뱃속에서는 호흡이 없어요. 태아호흡은 탯줄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니까 자궁 안에서는 태식호흡을 하거든요."
  
-첫 호흡이 큰 의미가 있나요? 특히 사주풀이에서.
  
“있다고 보는 거죠. 자궁에서 세상 밖에 나와서 하는 첫 호흡이 중요해요. 사주풀이에서는 그 순간, 흡입한 기운이 그 아이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겁니다. 첫 호흡을 할 때가 더운 기운이냐 찬 기운이냐에 따라 아이의 성격과 사주가 조금 다르게 해석이 되더라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계절의 기운을 처음으로 마시느냐’에 따라서 그 녀석의 성격이나 삶이 달라질 수 있어요. 물론 똑같은 여름이라도 어떤 여름인가는 기운마다 다르겠지요."
 
-탯줄 자르는 시간과 첫울음의 시간이 몇 분 차이일텐데, 그 찰나 시간을 놓고 사주가 왔다갔다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예를 들어서 축시를 새벽 1시에서 3시까지로 보잖아요. 1시 30분에 태어난 것과 2시 30분에 태어난 건 똑같은 축시에 해당되지만, 2시 50분에 태어난 것과 3시 5분에 태어난 것은 축시와 인시(새벽 3시~5시)로 달라지겠지요? 그 호흡의 순간이 인시이냐, 축시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요."
  
-십이지(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간지 시간 기준으로 봤을 때 그 경계에서 몇 분 차이는 다르다는 의미인가요. 그 또한 몇 분 차이가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우리는 ‘그 몇 분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같은 공기가 아니라는 거죠. 지구와 별의 위치가 움직이니까 천체 운동적 관점에서도 미묘하지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산부인과에서 애를 받으면서 출생시를 정확하게 기록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더라고요."
    
이 원장의 말을 간단하게 풀이하면, 생명이 우주 안에서 첫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은 그 첫 호흡 찰나에 그 아기에게로 어떠한 공기와 기운이 들어갔는가, 하늘의 별들은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사주팔자의 기본 구성이 달라진다는 거였다. 따라서 산부인과에서 출생한 시(時)를 정확하게 기록해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따지고 보면 십이지에 대한 설명을 동물로 형상화한 것은 중국 한나라 이후지만 천체학이 발달한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등에서도 통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동서양 모두 사람의 운명을 따지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곱 개의 별은 태양과 달, 수성, 화성, 목성, 금성, 토성으로 동일하다.
 

벽보고 대화하다
 
-그렇다면 칠전팔기로 난임시술에 도전하면서까지 임신하려는 건 사주에 자식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성격이 집요해서 그럴 수 있죠. 제가 90년대 미즈메디 근무할 때만 해도 난임시술 정부 지원이 없었어요. (시험관아기 시술비가) 지금보다 훨씬 비쌌던 시절이었는데, 그때에는 1년 농사 지어 번 돈으로 시술하는 부부들이 많았어요. 어떤 분이 열 번을 해서 마흔에 겨우 임신을 했어요. (막상 임신을 해서는) 몸이 너무 쇠약해져서 열 달 내내 누워계셨습니다. 전 그분을 보면서 이것이 진정한 의학적 승리일까 의문을 가졌어요. (그 여성은) 애 낳는데 15년을 투자한 거잖아요. (15년간) 애 하나 만든 것 밖에 못했어요. 인생을 다 소비한 겁니다.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요. 전 그분에게 축하한다고 말하지 못하겠더군요."
    
-난임전문의로서 난자공여(혹은 정자공여)를 하면서 임신에 도전하는 걸 반대하시는 편인가요.
    
“꼭 그렇지 않아요. 난자공여를 여자쪽 자매이거나 조카면 유전자가 99% 동일해요. 같은 난자라고 봐야 해요. 난자의 세포질과 미토콘드리아가 모계유전이니까요.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마더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사실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난자공여와 정자은행 등이 힘들어졌는데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합법화를 해야 합니다."
       
-자매간의 난자공여는 같은 유전자라고 치더라도 정자은행을 이용하거나, 타여성의 난자를 이용한다면 정말 다른 유전자로 임신하는 것이잖습니까.
   
“제가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게 뭔지 아세요.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과 동물과 식물이 결국 ‘별의 먼지’와 같은 존재라는 겁니다. 모두 나의 형제고 사촌이예요. 지구가 72억 인구라고 하는데, 그랜드캐니언에 72억 인구를 탑으로 쌓아놓은 그림을 보셨나요. 한 사람이 70kg로 봤을 때 72억 인구 무게가 4억9천만톤이라고 하더군요. 인체에 있는 물의 밀도까지 계산해서 한 사람 평균 부피가 0.07m3, 인류 전체의 부피가 정육면체로 따지면 한 면의 길이가 788m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결국 지구에 사는 사람을 쌓더라도 그랜드캐니언만큼도 못 채우는 겁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말은 가당찮아요. 부처님도 도를 닦으면서 1억 번의 전생을 봤대요. 이렇게 따지면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의 엄마고 형제고 자손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요. 지구에 잠깐 머물다 갑니다. 흔적도 안 남아요."
   
-종족 보존에 대한 욕심이 남자보다 여성이 더 강렬하다고 느끼십니까.
  
“그렇더라고요. 어쩔 수 없어요. 원래 모계사회가 맞아요. 남자는 껍데기라고 하잖아요. 남편과 시아버지는 돈이 있을 때까지만 유지되는 권력이고, 이에 반해 모계는 마음이 가는 관계 아니던가요? (난임병원으로) 여자가 남편을 끌고 오지,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경우 드물어요."
      
-병원 이름도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지으신 거지요.
  
“네. 오행을 참고했어요. 오행에서 수(水)는 겨울, 목(木)은 봄입니다. 수목은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가는 기운인 거죠. 생명 창조의 과정으로 볼 수 있잖아요."
    
이 원장은 겨울에서 봄으로 향하는 생명의 움트는 기운을 설명하며 황지우가 80년대 발표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라는 시를 거론했다.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명리학을 공부해보니 실제로 좋은 점이 있던가요.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어요. 사람은 다 같지 않아요. 저마다 매력이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개나리로 태어났고, 어떤 사람은 장미로 태어났어요. 장미에게 개나리가 되라고 할 수 없잖습니까.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의미가 있고, 장미는 장미대로 의미가 있지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의사로서) 환자를 만나면서 ‘환자마다 자기의 인생의 길을 걷는데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일 곤란한 난임 환자들이 있다면요.
   
“두 부류가 있어요. 한 부류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잘 못하는 분들이고, 두 번째 부류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아줌마의 파워가 있는데, 홀로 결정하지 못하는 아줌마들도 있나요.
    
“그럼요. 평생 스스로 의사결정을 안 해본 주부들인 거죠. 정말 답답해요. 수술 하나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하더라고요. 심지어 시험관아기 시술 밖에 안 된다고 설명을 해줘도 시술 결정을 못하는 겁니다. 차라리 일하는 여성들은 좀 낫더군요. 전 그래서 환자를 만나면서 직업이 뭔가를 꼭 확인해 봅니다. (시술을) 제안하기 전 직업을 알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많이 수집한 환자들이 오히려 쉽지 않나요.
      
“NO, 그렇지 않아요. 하루 온종일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생활이 된 것 같아요. 그나마 제대로 된 정보면 괜찮은데,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들이 엄청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거든요. 그걸 맹신하고 의사 말은 듣지 않으려 하니 답답하지요. 그나마 명리학을 공부한 뒤로 사람마다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조금 파악할 수 있게 된 게 정말 다행이더라고요. 아무리 힘든 환자라도 이해하는 게 수월해졌거든요.(웃음)"
     
-인터넷 시대에 카페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정보수집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어요. 의료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서 나쁠 게 없거든요.
  
“경제학 교수가 주식을 하면 돈 못 벌어요. 정보가 너무 많으면 도움이 안 돼요. 아는 건 어느 정도만 알면 되지 다 알 필요가 없거든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이 왜 임신 잘 하는지 아세요? 의사 말만 딱 믿고 인터넷 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요즘 환자들이 ‘어느 병원은 어떻고, 어느 의사는 어떻다’라는 식으로 비평가 노릇을 하더라고요. (한숨)"
 
   
이윤태 원장이 배양연구원과 함께 난임 관련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흥부의 다산 비밀
   
-딱 깨놓고 물어봅시다. 어떻게 하면 임신이 잘 되나요.
   
“혹시 흥부와 놀부의 자식 숫자를 아세요? 놀부는 자손이 없고, 흥부가 자식이 열 한 명이었어요. 흥부네는 어찌해서 임신이 잘 되었을까요?"
     
-흥부에게 비결이 있었습니까.
 
“덜 먹어야지 임신이 잘 됩니다. 요즘 사람들 너무 많이 먹어요.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가 임신이 잘 안 되잖다고 하잖아요. 구중궁궐에서 가만히 앉아서 생활하는 여인네들이 임신이 잘 안 되었을 겁니다. 진짜로 ‘영양과잉’이면 임신이 잘 안 되어요. 요즘 여성들은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해요. 난임여성들 중에는 임신 잘 되게 하려고 사골국물 사 놓고 먹던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사골국물이 왜 필요합니까? 포화지방이 많아서 그렇지 않아도 문제인데…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혈관을 막는데, 자궁으로 가는 혈류 막을 가능성이 높아요. 소고기, 돼지고기 섭취는 줄이고 채식 위주로 소박하게 먹으면서 열심히 운동해야 해요. 임신 전에는 위가 가벼운 게 좋아요."
      
-체외수정술인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다고 해도 임신에 실패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체외수정술에서 임신성공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시험관아기 시술 임신성공율 40%가 되는 난임병원이 전국 150여 군데 난임병원 중에서 10군데 안팎일 겁니다. 임신성공율 40%면 우리나라 난임병원 중 5%안에 드는 거예요. 임신율 35% 유지한다고 하면 부끄럽지 않은 병원이고요."
    
-성공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쉬운 환자들이 온다는 게 아닐까요. 지방에서 개원한 소규모의 개원병원이니까 임신율이 높은 게 아닐런지요.
  
“제 병원이 수원에 있으니까 쉬운 환자가 많이 갈거다 생각하나 본데, 굉장한 착각입니다. (지방병원이라서) 더 엉뚱한 분들이 많이 올 수 있어요. 한갓지고 조용하니까 의사선생님과 대화 많이 하고 싶어서 오는 분들도 꽤 있어요. 요즘은 다른 병원을 다 돌다가 오는 분들이 많아요."
    
-한 달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몇 케이스 하시나요?
   
“30~40명 정도 해요. 전 딱 좋습니다. 책 읽을 시간도 있고…."
    
-병원이 도로 안쪽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요.
   
“난임병원은 지인을 통해서 알음알음 전해 듣고 찾아가는 식이니까 꼭 대로변에 있지 않아도 됩니다. 난임여성들이 지나가다가 병원을 선택하지 않거든요. 애 가지려는 난임여성들, 전국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가는 분위기잖아요."
  
-난임의사로 고수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제가 무슨… 고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 좋아하는데... ‘만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요. 설렁탕이나 냉면을 말아도 10년은 해야지 고수라고 볼 수 있어요. 난임시술도 그래요. 10년은 시술 해 봐야 고수 후보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전 케이스가 많지 않아요. 한 달에 100건 하면서 10년 보낸 분에 비하면 적지만, 꾸준히 해왔을 뿐입니다."
   
-난임시술보다 내시경시술을 더 잘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내시경시술은 강남 미즈메디에 있을 때부터 20년간 해 왔어요. 솔직히 불임시술보다 더 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난임시술에서 임신성공율이 30~40%라면, 내시경에서 성공율은 95%이상이거든요. 의사로서 부담이 적어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난임은 내과적 나임시술 뿐만 아니라 외과적 난임시술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을 때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필드에서 만난 난임환자 중에는 수술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난임의사로 초음파와 수술의 경험이 많아지면 장점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난임시술을 하는 의사가 초음파와 수술을 많이 해 본다면) 진단의 정확성이 높아질 겁니다. 캐나다의 경우 배란일을 보는데 초음파를 안 본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외국 학회에 가 보면 한국 의사들이 초음파로 자궁근종이냐 선근종이냐를 구분하는 걸 놓고 신기해하면서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걸(자궁내 질환을) 초음파로 아느냐고. (난임의사에겐) 초음파만으로 자궁선근종을 진단하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선근종이 있으면 임신율이 낮다는 걸 미리 예측할 수 있어서 대비할 수 있거든요."
    
자궁선근종은 일종의 자궁내막증으로 자궁내막이 자궁 근육층으로 파고 들어가서 자궁이 비대해지는 질환이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밖에 자궁내막조직이 존재해서 문제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자궁내막조직은 자궁 안에 있으면서 매달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두꺼워졌다가 임신이 안 되면 자궁 밖으로 배출(생리혈로) 되어야 하는 조직인데, 자궁 안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자궁밖/난소, 나팔관 등)에 있으면서 매달 호르몬에 의해 증식이 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자궁선근종이 심하면 50g이던 자궁이 130~140g까지 커질 수가 있으며, 평소 생리량이 많아지고 생리통까지 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자궁선근종이 심하면 임신이 잘 안 되지만 유산율도 높다고 하던데요.
    
“최근에 가장 가슴 아팠던 경험이 있어요. 선근종이 아주 심한 분이었는데 시험관시술 네 번째에 임신을 했어요. 제가 임신 16주까지 봐 주고 박수치면서 헤어졌죠. 그런데 7개월째에 자궁이 파열이 된 겁니다. 원래 자궁근육은 근육끼리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근종 조직이 자궁 근육조직 사이마다 끼여 들어가 있어서 근육간에 연결이 엉성해진 거죠. 강력하게 자궁수축이 오면서 선근종 부위가 터진 거예요.

전 이럴 때에도 ‘(자궁선근종이 이토록 심한 분에게) 임신을 시키는 것이 의학적으로 승리인가’를 놓고 고민하게 되어요. 산모에게 위태로운 상황이 올 수 있거든요. 결국 그분은 삼성의료원에 가서 애를 포기하고 자궁파열 부위를 봉합하고 다시 저에게 와서 ‘6개월 뒤에 다시 시도하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다음번에 임신했을 때에는 진통 오기 전에 미리 수술로 태아를 살려봐야지요."
     
-산모가 진통 조절을 스스로 할 수 없잖습니까. 진통이 빨리 온다면.
  
“(진통이 오지 않고) 임신상태를 최소한 7~8개월까지만 끌고 갈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진통이 오기 전 뱃속의 아기를 수술로 살려낼 수 있는 거죠."
     
-요즘 고령여성들이 임신하기 위해 많이 방문하지요.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45세부터는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미국에서는 ‘45세부터는 시험관아기 시술 하지 말자’는, 불임의사들간의 내부적 규정이 있습니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고래와 사람만 폐경이 있어요. 소 말은 폐경이 없거든요. 폐경이 되기 전에 죽는 거죠. 인간만 폐경 이후까지 사는 겁니다. 아무튼 요즘 고령이면서 임신을 하려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모성사망율이 자꾸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모성사망비’는 태어난 아이 10만 명당 사망한 산모의 비율을 가리키는 것으로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모성사망율이 45% 가량 낮아졌다고 해도 한국의 모성사망율은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한다.
   
최근 통계로는 전 세계에서 한 해 총 모성사망자(출산 후 사망)는 약 28만여 명에 달한다. 평균 출산연령 상승과 고령산모 구성비의 가파른 증가가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모성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1명으로 OECD 국가 평균(10만명 당 9.2명)에 비해 높은 편이며, 2008년 이후부터는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자 나이 40세 이상이면 난소에 남아있는 난자가 별로 없지 않나요.
     
“요즘은 난소에 난자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AMH(항뮐러관호르몬)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어서 수월해졌어요. AMH호르몬 상태는 혈액검사로 알 수 있거든요. 문제는 난소기능검사를 하기 위해 혈액을 뽑아서 검사기관에 보내보면 결과 수치가 좀 다르게 나온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검사를 많이 하는 세 기관에 똑같은 혈액을 모두 보내봤어요. 그랬더니 난소기능검사 결과 수치가 N사가 가장 높게 나오고 S사가 가장 낮게 나왔어요. 수치가 1일 때와 3일 때가 같을 수 없거든요."
   
이 원장에 따르면, 여자의 몸에서 난소의 나이를 검사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AMH호르몬 검사가 있고, 이 검사를 통해 난소의 생물학적 나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AMH호르몬은 난소 안에 있는 원시난포(미성숙난포)에서 분비가 되는 물질로 혈액을 통해 AMH 호르몬 검사를 진행해 보면 혈중 AMH(항뮐러관호르몬) 농도를 알 수 있다는 거였다.
    
이를테면 난소에 배란이 될 예비난자 숫자가 많으면 혈중 AMH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오는 식이다. 하지만 이 닥터의 말은 검사기관마다 검사상 수치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난임의사라면 AMH 검사 결과만을 놓고 난소나이를 추측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초음파 검사를 같이 해서 난소의 용적과 폐경시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중 AMH 호르몬 수치는 나이에 따라 난소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평균적 수치가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검사상 수치가 1.0 근처로 나온다면 43세즈음으로, 2.0 근처로 나온다면 38~39세즈음으로, 3.0 근처로 나온다면 34세즈음으로, 4.0 근처로 나온다면 30세즈음의 난소나이로 해석하면 된다고 한다.
  

생명은 善惡 그 이상
 
-난임의사로서 내가 낳은 아이들이 사회발전에 기여하면서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 간혹 ‘내 손으로 태어나게 한 아이가 악인으로 성장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적 없어요. 명리학 공부를 한 이후에 더 생각이 굳어졌어요. 생명은 선악의 개념을 넘어서는 겁니다. 더 근원적인 문제예요. 사람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건 그 시대에 그 문화에 따라 개념이 달라지는 것 아닌가요?"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나요.
    
“글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술을 베풀면 치료비를 받습니다. 의사로서 ‘그 치료비보다 더 큰 만족감을 주자’는 게 1차적인 목표입니다. 영화 만 원짜리 봤는데 본전 생각이 날 때가 있잖아요. 최소한 이래선 안 되겠죠. 전 통일이 되면 평양에 가서 산부인과를 해보는 게 소원입니다. 물론 자원봉사로요. 나이 들어보니까 좀 허탈하더라고요. 뭔가 보람이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의 난임의사 생활은 보람이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보람이야 있지요, 왜 없겠습니까. 제가 임신시킨 분이 애 낳고 6~7개월 되었다며 애기 사진 보내오면 우울하다가도 힘을 얻게 돼요. (시험관아기 시술의) 임신성공률 30~40% 게임이다 보니 임신이 안 되는 분이 많은 건 당연하거든요. 난임병원에서는 임신 여부를 생리 전에 알 수 있어요. 시술 2주 후쯤에 혈액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어요. 세 명 피검 결과에서 두 명이 임신이 되었다? 그 날은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러요. 발걸음이 한결 가볍죠. 간혹 주말 밤에 잠자려고 누워있다가 문득 ‘월요일에 피검사하는 그분, 이번에 임신이 되었을까’라고 걱정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그 순간 전, 그 환자를 위해 기도해줘요. ‘임신’이라는 숙제는 불임의사 그만둘 때까지 감수해야 하는 짐이라고 봐야지요."
     
이윤태 원장은 닥터라기보다는 철학자이며 처사(處士)라고 하면 딱 어울릴 듯 했다. 조선시대 사람으로 치자면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서 은둔하는 선비의 포스랄까. 외성이 아니라 내성의 길에 충실하면서 소소한 보람을 찾는 선비의 감성과 외곬수가 느껴졌다.
    
더욱이 “난 대학 다닐 때에도 여자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면서 “생명의 근원 앞에 선악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까지 하고 있는 모습이 “죽음과 삶, 사람, 영혼은 다만 기(氣)의 뭉침과 흩어짐일 뿐"이라고 말하는 조선시대 자연주의 성리학자 서경덕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살면서 안 좋을 때 씨를 뿌리는 거예요. 봄에 씨를 뿌려야 가을에 거두잖아요. 제가 중학교 입학하자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아버님의 죽음이 내게 불행을 주었나?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지나고 보니 아버님의 부재가 내 삶에 긍정을 주었어요. 그때에는 아버님의 죽음이 내 삶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 볼 수가 없었거든요. 제가 장손이었는데, 아버님을 잃고 정신을 다잡았어요. 전교 1등을 한 거죠. 그러니 안 좋은 일을 놓고 안 좋게만 생각하지 말고 순리대로 살면 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2009년부터 5년간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 무렵, 명리학을 접하면서 느꼈던 것은 아버님의 죽음도, 5년간의 고통도 모두 내게는 겪어야 할 리듬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힘들 때에는) 좌절하지 말고 느긋하게 공부하면서 기다리면 돼요."
    
솔직히 그의 모습에선 메스를 들고 있는 외과의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인생 굽이굽이 온갖 풍상을 다 겪었을 법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삼라만상의 이치를 대부분 읽어낸 초월적 달관자로서의 쓴웃음이 엿보였다고나 해야 할까.
 
      
이윤태(李胤邰) 원장
  
1960년 평택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1987). 강남 미즈메디병원 내시경센터장(1993~2001), 연세모아병원 공동원장(2002년~2009년), 現 수목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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