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1단계로 조정하면서 수도권과 고위험시설 위주의 '정밀 방역(핀셋방역)'을 꺼내 들었다. 획일적인 거리 두기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서의 승리는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평균 확진자 수 등 방역 위험 지표 중심에서 벗어나 위험도에 따라 방역수칙을 세분화하고, 수칙 위반시 과태료 부과 등 일반 국민의 방역 참여를 강화하는 정밀 방역은 다음달 초까지 마련하기로 한 거리 두기 개편안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단계에 준하는 추석 특별 방역 기간(9월28일~10월11일) 이후 전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조정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 방안'을 11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전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수준을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하되 감염 확산 진정세가 더딘 수도권은 2단계 조치 일부를 유지하면서 방문판매 등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방역 관리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전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위에서 위험도에 따라 맞춤형 방역 조치를 적용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중대본은 '정밀 방역'을 강조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전국의 거리 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 생활방역체계로 조정하되 고위험시설에 대한 방역관리는 강화하고자 하고 진정세가 더딘 수도권의 경우 일부 2단계 조치를 유지하고 방역수칙을 강화할 것"이라고 이번 거리 두기 조정 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설의 전면적인 운영중단이나 강제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는 최소화하고 시설별 위험도에 따른 방역수칙을 강화하는 정밀방역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밀 방역은 위험도에 따라 방역 조치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역수칙을 의무화하는 고위험 시설도 시설에 따라 방역 수준이 달라진다. 최근 들어서도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는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은 1단계에도 집합 금지가 유지된다. 나머지 11종에 대해서도 방역수칙을 의무화하되 유흥시설 5종은 이용 인원까지 4㎡당 1명으로 제한해 한층 강화한다.

 

수도권도 정밀 방역 대상이다. 집합·모임·행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땐 방역수칙 준수를 권고하면서 허용하지만 이번엔 100명 이상 대규모 행사에 대해선 4㎡(약 1.21평)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수도권에 한해선 전국 거리 두기 단계와 별도로 실내 50명 이상·실외 100명 이상시 자제토록 권고했다.
   
또 수도권의 경우 식당과 카페 등 고위험시설이 아니면서 위험도가 높은 16개 다중이용시설을 지정해 방역 수칙을 의무화했다. 교회 대면 예배도 예배실 좌석의 30% 이내로 인원을 제한하고 소모임, 식사 등은 계속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정밀 방역을 강조한 건 치료제나 백신 상용화 이전까지 장기전이 불가피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광범위하고 획일적인 거리 두기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세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피해와 국민들의 피로감 호소 등이 8월 중순 수도권의 종교시설과 집회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유행 이후 두달 가까이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능후 1차장은 거리 두기 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방역·의료체계 대응 수준과 함께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2단계의 거리 두기가 두 달 정도 지속되면서 피로도가 아주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 1차장은 "이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더 지속한다면 사회적 수용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못 거두면서 사회적·경제적인 폐해는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번 정밀 방역 기조는 당장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조정을 넘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 마련할 예정인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개편 방안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1차장은 "향후에도 이번 거리 두기를 하향 조정하는 기본정신이 정밀방역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너무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방역 체계보다는 각 상황에 맞게 국민들의 부담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방역효과는 최대화할 수 있는 정밀방역으로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특정 시설이나 상황에서의 확진자 발생 양상 등을 고려해 방역수칙을 세분화하고 이를 확진자 증가 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이러한 방역 수칙이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 조정과 별개로 지켜질 수 있도록 사회 여건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 병가나 유급휴가의 문제들은 하절기 계절 독감이 유행할 때부터는 각 직장에서 신경을 쓰면서 증상이 있는 분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 쪽으로 준수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관련 기업들과 함께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거리 두기 1단계 하향 조정 결정은 거리 두기 고려 때 단순히 확진자 숫자나 감염 경로 불명 비율 등 방역체계 대응 상황뿐만 아니라 의료체계 대응 여력과 국민 수용성 등을 함께 보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실제 최근 방역 관리 상황을 보면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는 8월30일~9월5일 218.4명에서 9월6일부터 최근 5주간 134.6명→107.4명→75.6명→57.4명→61.4명 등으로 감소 추세다. 9월27일부터 10월10일까지 2주간 신규 집단 발생 건수도 24건으로 그 직전 2주간 36건보다 감소했다.

 

반면 감염 경로 조사 중 사례의 비율은 최근 2주간 19%로 높은 수준이며 신규 확진자 중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사람의 비율인 방역망 내 관리 비율도 최근 2주 80%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확진자 수 감소로 격리 중인 환자가 9월3일 4786명에서 이달 11일 1481명까지 감소하면서 병상 등 의료체계 여력이 개선 중인 점을 거리 두기 하향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여기에 사회적 수용성과 서민 생활 어려움 등을 함께 고려해 거리 두기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의 감염 가능 기간 평균 추가 감염자 수)가 1 미만으로 지금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  의료체계 부분들이 상당 부분 안정화돼 있다는 부분들, 그 다음에 사회적 수용성, 국민들의 피로도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전문가들과 중앙정부, 지자체 의견들을 총괄적으로 수렴해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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