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전국 검찰청의 41개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검찰 수사단계 별로 장관에 사전 보고하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검찰 내에서는 법무부 행보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지난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한다.
 
법무부가 보고한 내용에는 대검찰청이 자체 개혁안을 통해 폐지하겠다고 밝힌 4곳의 특수부에 더해 전국 검찰청의 직접 수사부 41곳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형사부·공판부를 제외한 각 검찰청의 외사부, 공공형사수사부 등이 포함됐고,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4곳이 설치된 반부패수사부를 2곳에만 남기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 사전 보고라는 전제 하에 각 수사 내용을 법무부장관에 보고, 지휘 받도록 검찰보고 사무규칙을 개정하겠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중요사건의 수사 및 공판 등을 단계별로 법무부장관이 보고받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지난 11월 8일 검찰과 협의 없이 청와대에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고, 검찰은 해당 내용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 내용을 검찰에 전달하지 않다가 지난 12일 저녁께 전해줬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격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검찰 부패수사 역량을 줄이려는 것뿐만 아니라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검사는 "검찰의 부패수사 역량을 오는 12월까지 대부분 잘라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 사전 보고와 관련해서는 수사지휘권의 주체를 검찰총장으로 두고 있는 검찰청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청와대 보고가 이뤄지게 된 의도와 배경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모든 과정을 다 사전에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법에도 정면으로 위반된다"며 "사실상 폭압이다. 검찰과 의논해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간부도 "수사 초기 단계서부터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향후 검찰과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또한 전날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정 회의 이후 "앞으로 (검찰과 논의) 해나갈 것"이라며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차관의 발언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사실상 정해졌고, 진행하겠다는 의미"라며 "무엇을 논의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단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수단 수사 대상에는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압 의혹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무부가 수사에 개입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된다는 취지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