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멧돼지가 국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유력한 감염원으로 떠오르면서 ASF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계획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16일부터 경기 파주시 등 접경지역 14개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자 사실상 해당지역이 오염된 것으로 보고 차단식 방역을 진행 중이다.
 
이번 ASF 사태로 수매 또는 살처분된 돼지만 현재까지 15만 마리가 넘지만, 감염원이나 감염 경로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내에 유입된 ASF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베트남, 미얀마로 전파된 Type 2형 바이러스와 유사한 계통으로 확인됐을 뿐이다.
 
그나마 최근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지역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 사체가 잇달아 발견돼 북한 야생멧돼지의 유입 또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다른 곤충이나 야생동물에 의해 국내에 ASF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역전파 가능성도 있어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유럽으로 전파된 뒤 러시아와 중국, 동남아까지 휩쓴 100년 역사의 바이러스다. 현재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 통제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유기물에서의 생존기간이 최대 1000여일에 달해 언제 어디서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이 맞닿은 지역에서는 ASF가 20년이나 이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장기적인 관점의 방역과 차단이 필요하지만, 방역당국의 ASF 대응은 지속적인 ASF 발생에 대처하느라 확산 방지를 위한 농장 소독과 차량 통제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야생멧돼지에 의한 ASF 유행 가능성이 높이진 지금도 발생지역과 완충지역에서는 총기 포획이 제한된 채 민통선 지역에서 실시한 총기 포획의 재개 여부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ASF 발생지역과 농장에 장기적으로 어떠한 방역 조치를 이어갈지,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동물에 의한 지속적인 ASF 감염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지와 같은 중장기적 대책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내 15~16일 이틀간 야생 멧돼지 총 125두를 사살했다고 10월17일 밝혔다. 현재까지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총 9건이 검출됐다. 그래픽=뉴시스

한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야생멧돼지 사냥 과정에서 민간엽사에게 별도의 안전교육 없이 총기가 반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남부·경기북부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ASF 멧돼지 사냥을 위해 총기 반출이 늘면서 오발사고나 안전사고 우려가 늘고 있다"며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총기 반출 현황과 엽사 안전교육 실시 여부를 질의했다.
 
최해영 경기북부경찰청장은 “민통선 지역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 멧돼지 1차 포획은 종료된 상태"라며 “24시간 반출을 원칙으로 230정 정도가 반출됐으나, 별도 교육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원진 의원은 “멧돼지 포획을 위해 다량의 총기가 반출되는 만큼 반출과정에서 실시하는 보증인 확인을 철저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며 “100여명의 엽사가 활동하는 만큼 안전교육은 반드시 실시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기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경기북부에서는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48시간 동안 파주시 민통선 일대의 야생멧돼지 소탕작전이 진행된 바 있으며, 경계지역으로 구분된 남양주시와 가평군에서도 지난 17일부터 주간 총기 포획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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