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클로산이 포함된 항균 비누 성분 표시 (AP=연합뉴스)
 
-- 장기간 사용시 박테리아 내성·호르몬 변화 유발 우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항균 비누와 핸드·보디워시에 주로 쓰이는 화학 성분인 트리클로산과 트리클로카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FDA는 이러한 금지 성분이 든 항균 비누가 일반 비누보다 질병 방지에 효과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주로 액체 항균 비누에 쓰이는 트리클로산, 고체 비누에 많이 쓰이는 트리클로카반을 포함해 19개 성분을 앞으로 비누에 쓸 수 없다.
 
생산자들은 1년 내로 제품에서 해당 성분을 모두 제거하고 시장에서 해당 성분이 든 제품을 퇴출해야 한다.
 
다만 병원이나 건강 관리 시설에서 쓰는 손 세정제나 항균 제품에는 이번 FDA 결정이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FDA 비처방 약물 부서의 테리사 미셸 박사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항균 비누 시장의 약 40%가량인 2천100개 제품이 금지 성분을 최소 1개 이상 포함하고 있다"며 "존슨&존슨, P&G 등 대형 업체가 금지 성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고 전했다.
 
FDA는 비누 생산자들에게 비누 성분을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한지를 입증하는 데이터, 항균 비누가 일반 비누나 물보다 질병 감염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충분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FDA는 항균 비누와 보디 워시를 오랫동안 쓰면 박테리아 내성과 예상치 못한 호르몬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혀왔다.
 
트리클로산의 경우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갑상선 호르몬에 변화를 유발하고, 간섬유화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있어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앞서 유럽연합(EU)도 트리클로산 등에 대한 사용제한을 공표했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트리클로산 성분을 스킨·로션 등 인체에 직접 흡수되는 화장품 등에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재닛 우드콕 FDA 약물 평가·연구센터장은 "소비자들은 항균 비누가 세균 확산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항균 비누가 일반 비누나 물보다 더 좋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데이터를 보면 항균 성분을 장기간 사용하면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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