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자르는 일본 요리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 美 연구팀 "’씹는’ 에너지 절약하고 두뇌 더 커져"
영국 작가 제임스 보스웰은 인간을 ’요리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했을 정도로 불을 발견하고 조리를 시작한 것은 인류 발전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50만 년 전 인류가 처음 불로 요리하기 훨씬 전인 200∼300만 년 전에 인류가 날고기와 채소를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잘게 써는 것만으로도 이미 중대한 진화를 이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진화생물학자 케이티 징크 교수팀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 수록한 논문에서 이 시기 인간이 고기와 채소를 먹기 전에 자르기 시작하면서 더 적은 노력으로도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염소고기를 생 것과, 잘게 자른 것, 다진 것, 조리한 것으로 나누어 씹게 한 후 삼키기 직전에 뱉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잘게 자른 염소고기는 30번 정도 씹었더니 삼킬 만한 상태가 되었는데, 생고기는 30번 씹은 후에도 마치 껌처럼 그대로였다.
결국 음식을 잘게 썰어 먹게 되면서 인간은 씹는 데 쓰일 에너지와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초기 인간의 인지능력 발달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다른 포유류들도 음식을 씹어먹지만, 인간처럼 잘게 조각을 나누어 씹어먹지는 못한다.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도 하루의 절반을 음식을 씹는 데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 공동 저자인 대니얼 리버만은 "씹기는 포유동물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음식을 잘게 씹으면 부피 대비 면적이 넓어지면서 소화 효소가 음식을 더 효과적으로 소화시킬 수 있게 돼 남는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불로 조리를 시작하고 음식 가공법도 정교해지면서 씹는 에너지를 더욱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또 인간이 덜 씹을 수 있게 되면서 치아와 턱이 작아지는 등 얼굴 모양도 바뀌었고, 대신 두뇌는 더 커지고 언어 능력도 발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리버만은 "인간의 여러 발달에 있어 고기를 잘게 썰고 야채를 다져 먹는다는 아주 간단한 기술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결국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것은 어느 정도 우리가 덜 씹게 된 덕분"이라고 표현했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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