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빙하에서 발견된 ’아이스맨’ 외치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라 ’외치’에서 헬리코박터균 발견…현대 유럽인과 다른 아시아 계통
 
5천여 년 전 선사 시대의 유럽인도 위궤양을 앓았을까.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1991년 알프스 빙하 지대에서 발견된 5천300년 전 미라 ’외치’(Oetzi)의 위 속에 남아있는 내용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발견됐다고 연구진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위장에 사는 세균으로, 현대 인류의 절반 정도는 이 균을 갖고 있으며, 보균자 중 10%는 위염과 위궤양, 위암 등의 질환을 앓는다.
 
다만 외치의 위 조직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어떤 증상을 보일만한 질환을 앓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이 외치의 면역 체계에 반응했다는 증거가 있으며,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헬리코박터균은 1983년 발견, 배양법이 확립됐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이 균을 1급 발암 요인으로 규정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지역에 따라 변이가 되기 때문에 인류의 이주 역사를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대 유럽인 대다수에게서 발견되는 헬리코박터균은 아프리카 계통과 아시아 계통이 결합한 것인데 반해, 외치에게서 발견된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현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되는 계통으로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아프리카인들의 유럽 이주가 최소한 외치가 살았던 5천300년 전 당시에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유럽 정착의 역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뜻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외치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사이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왼쪽 어깨에 화살을 맞고 과다 출혈로 숨졌으며, 눈이 녹으면서 5천여 년이 지나 발견됐다.
 
외치는 헬리코박터균 외에도 발뒤꿈치 골절과 관절염, 전염병인 라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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