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동물 생체 내 칼슘이온 농도 조절. 청색광을 이용해 쥐의 뇌(해마)에서 칼슘이온 농도를 올려주면 기억력이 2배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연구진이 쥐의 뇌에 빛을 쬐어 칼슘채널을 제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쥐의 기억력을 두 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단장 신희법)은 그룹리더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와 김대수·한용만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살아 있는 동물 생체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광(光)리모콘’으로 세포막의 칼슘이온 통로인 칼슘채널을 여닫을 수 있고 효율성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했다며 이 기술이 적용된 쥐의 뇌에 빛을 쬐어 칼슘채널 개방을 유도, 기억력을 두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9월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살아있는 세포 내 칼슘이온 제어기술 개념도. (왼쪽) 청색광에 반응해 복합체를 형성하는 식물의 광유도 단백질을 인간의 칼슘채널 활성화 단백질에 결합시켜 청색광을 쬐었을 때 복합체 형성을 유도, 세포막 칼슘채널을 활성화시킨다. (오른쪽) 실제 청색광을 쬐었을 때 칼슘채널이 활성화돼 세포 내 칼슘 농도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
칼슘 농도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칼슘이온은 세포성장은 물론 신경전달, 근육수축 등 거의 모든 생명현상에 관여하기 때문에 세포 내 칼슘이온이 부족해지면 인지장애, 운동실조(ataxia), 심장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세포에 빛을 쬐어 칼슘채널 개방을 유도, 기존방법보다 5∼10배 많은 칼슘이온을 세포 안으로 유입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빛의 강도와 노출시간에 따라 칼슘이온 유입량과 잔류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빛을 차단해 칼슘이온 농도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광리모콘은 청색 빛을 흡수하면 뭉치는 성질이 있는 식물의 광수용단백질에 칼슘채널을 활성화하는 동물(인간) 조절단백질을 결합시켜 청색 빛을 받으면 칼슘채널을 여는 기능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광리모콘이 있는 쥐 뇌에 청색 빛을 쬐어주자 뇌로 유입된 칼슘이온에 의해 신경전달이 활성화되면서 기억력이 두 배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쥐의 기억력은 특정 공간이나 소리를 전기충격과 연계시키는 실험으로 측정한다. 이런 경험을 한 쥐는 전기충격이 없어도 그런 공간에 들어가거나 소리를 들으면 공포감 때문에 동작을 멈추게 된다.
▲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허원도 그룹리더인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왼쪽), 김대수 교수(가운데) 한용만 교수(오른쪽) |
연구진이 광리모콘 있는 쥐와 없는 쥐에 청색 빛을 쬐어준 다음 특정 방에 들어갈 때와 특정 소리가 날 때 전기충격을 주고 이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조사한 결과 광리모콘이 있는 쥐가 없는 쥐보다 두 배 이상 기억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생물학에서 실험모델로 많이 사용되는 제브라피시와 줄기세포 등에서도 빛에 의한 칼슘이온 유입이 나타났다며 이는 이 기술을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음이 뜻한다고 설명했다.
허원도 교수는 "이 연구는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생체 내에서 칼슘이온 채널을 빛으로 제어한 것"이라며 "칼슘이온 농도 문제로 발생하는 여러 대사질환을 적외선이나 소형화한 광원을 이용해 치료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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