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해열·진통제로 널리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대표적 상품명 타이레놀) 과용으로 인한 간독성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치료물질을 발견, 동물실험에서 간독성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센터 이철호 박사팀은 30일 아세트아미노펜 과용으로 인한 급성 간독성을 조절하는 새 인자(GADD45β)를 발견하고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민이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급성 간독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타이레놀로 널리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해열·진통제로 하루 4g 이하(성인기준)를 섭취하면 특별한 부작용이 없지만 과량 섭취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성 간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 보고는 2011년 1천5백여건에서 2013년 4천건 이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급성 간독성 치료에는 아세틸시스테인이 사용되지만 이 물질은 특유의 냄새로 구토를 유발하거나 과량 투여 시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효율적이고 우수한 치료법 개발이 요구된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실험용 생쥐에 고용량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여, 급성 간독성을 유도했을 때 간에서 GADD45β 발현이 급격히 늘어나고, GADD45β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급성 간독성이 증가하고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GADD45β는 세포 내 스트레스 센서로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의 반응을 조절하는 인자로 알려졌으나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급성 간독성 발현과 관련한 기능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GADD45β 결핍 생쥐에서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세포 내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JNK’ 효소의 활성이 급격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런 생쥐는 급성 간독성 발병률과 사망률이 두 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어 아세트아미노펜 간독성이 유도된 생쥐에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민을 투여하면 GADD45β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고 급성 간독성 억제 효과가 2배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철호 박사는 "이 연구는 GADD45β가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급성 간독성을 조절할 수 있는 인자임을 처음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아세트아미노펜 급성 간손상 제어 연구와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기반지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간 연구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 7월호)에 이달의 주요 논문으로 게재됐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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