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환자의 의사 폭행사건 이후 의료계에서는 의료인 폭행 방지 관련 법안을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료중인 의사를 폭행할 경우 형법상 폭행보다 더 강도 높은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의사를 보호하자는 취지이지만, 환자들에 대한 보호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인 폭행 방지 법안은 모두 2건.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박인숙 새누리당이 2012년과 2013년 각각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에 관한 기준만 두고 있다.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협박해 진료를 방해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공소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기될 수 있도록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경남 창원의 한 종합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환자(딸)의 보호자인 치과의사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최근 CCTV영상과 함께 보도되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의협은 "진료 중인 의사를 흉기로 찌르거나 응급실 당직의사를 의자로 내리찍는 등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의료인 폭행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거의 전무하다"며 "진료 중인 의사에 대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의과대학 비뇨기과 교수인 A씨가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외래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에 의해 살해당했고 2011년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삼성서울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에는 의사 B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를 상담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기도 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보건의료인 폭행방지법 2건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며 "안전한 의료환경 마련을 위해 의료인 폭행방지법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들은 자칫하면 해당 법안이 의료인 특권법이 될 수 있으니 의료인과 환자가 모두 폭행·협박으로부터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며 의협과는 온도차가 있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생사가 경각에 달려있는 중증질환 환자나 환자보호자도 병실이나 진료실에서 의료인으로부터 유무언의 협박을 느끼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진료 중인 장소에서 의료인,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환자와 환자보호자도 보호하도록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이학영 의원의 개정안을 고쳐 폭행·협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한 ’사람’으로 수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반의사 불벌죄가 아닌 것을 반의사 불벌죄로 변경하도록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진료실에서 폭행과 협박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안전한 진료실은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도 보호받아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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