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 ’아연 불꽃’을 방출하는 난자. 비메오 캡처 화면.
정자와 난자가 드디어 만났다.
그 순간,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눈이 맞을 때 흔히 ’불꽃이 튄다’는 표현을 하듯이 생명체 형성의 근원인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도 문자 그대로 ’불꽃이 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허핑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 현상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학제간 연구팀이 발견되었으며, 연구팀은 최신 기술을 이용해 처음으로 이 현상을 포착하고 촬영한 뒤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불꽃의 주인공은 아연(Zn, 원소기호 30)이라는 원소다. 수정이 이뤄진 포유류의 난자 표면에서 수십억개의 아연 원자들이 뿜어져 나온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아연 불꽃’(zinc sparks)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연은 생명체의 필수 미량원소로 세포 성장과 생식 기능, 면역 등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무기질이며 사람의 몸 전체를 통틀어 약 1.5~2.5g 정도밖에 없어, 미량원소라고 부른다.
’아연 불꽃’은 난자가 성장해 배아로 전환하는 화학적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불꽃은 난자 표면 바로 밑에 있는 ’아연 주머니’로부터 시작된다. 논문 공동저자인 테레사 우드러프 교수(난자생물학)는 "난자가 방출하는 아연의 양은 튼튼한 수정란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인데, 그동안 이를 확인하는 방법을 몰랐었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난자 안에 있는 아연의 양과 수정 순간, 그리고 수정 2시간 뒤 아연의 위치를 확인하는 기법과 아연을 추적할 수 있는 형광센서를 개발함으로써 이 숙제를 해결했다. 이를 활용해 연구진은 난자 속에는 8000개에 가까운 아연 주머니들이 있음을 알아냈다. 또 하나의 아연 주머니에는 각각 100만개의 아연원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주머니들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순간, 아연원자들을 동시에 뿜어낸다.
논문의 또 다른 저자인 토머스 오핼로런 박사는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 난자가 주머니들을 풀어헤치고, 각각의 주머니에서 원자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헌데 한 번에 모든 아연을 방출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중간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아연 방출을 시작했습니다. 4~5차례에 걸쳐 이런 패턴을 반복하더군요. 마치 오케스트라의 교향곡 연주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앞서 두 사람은 마우스의 난자 연구를 통해, 난자가 성숙하려면 엄청난 양의 아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배아는 수정된 지 2시간 뒤에 형성되는데, 그 이전에 아연 방출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것. 결국, 아연은 난자가 완전히 새로운 유기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만능키인 셈이다.
두 사람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체외수정(시험관아기)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해 시술대상인 난자가 ’튼튼한 난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체외수정 때 필요한 난자 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사랑에 무심코 써온 ’불꽃 튄다’는 표현에 생명체의 탄생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 12월15일자에 실렸으며, 국내에는 곽노필씨의 ‘미래창(http://plug.hani.co.kr/futures)’에 소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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