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일본인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서 트럭운전사 같이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일본에서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화물 운송이나 건설같이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해온 업종에서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화물 운송업체인 시미즈운유(淸水運輸)의 경우 과거에는 트럭운전사로 고용된 여성 인력이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여성 비중이 10%나 된다.
이 회사의 시미즈 에이지 사장은 "과거에도 여성 지원자는 있었으나 업종 특성상 회사가 뽑지를 않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구인난이 가중되면서 여성에도 문호를 넓히는 추세"라고 밝혔다.
180명에 달하는 시미즈운유 소속 트럭운전사 중 한 명인 요시다 루미(여) 씨는 "이 직업이 여성에게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남성 동료도 나를 똑같이 대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국가적 추세를 반영한다.
일본 정부 통계를 보면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일본의 노동연령 인구는 7% 감소한 7천780만 명으로 떨어졌다.
인력이 부족한 일자리 수가 전체 구직자 수보다 10%가 더 많다.
구인난이 심화하자 기업들은 여성 인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취업 중인 일본의 노동연령 여성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67%까지 상승했다.
노동경제학 전문가인 세이케 아쓰시 게이오대 교수는 "구인난 때문에 고용주들은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과거 재능있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전통적으로 여성에게는 부적합하다고 여겨온 업종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하는 이자와 미치코(25·여) 씨는 명문 도쿄대 출신의 재원이지만 학창 시절 그의 건축학과 교수들은 건설업계가 ’3D’ 업종으로 유명하다며 건설 쪽 직업을 택하는 것을 말렸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대표적 건설업체인 카지마 건설에서 일하는 이자와 씨는 "건설업계가 ’3D’ 업종이라는 것도 옛말"이라며 "최근의 건설현장은 깨끗하고, 위험하지도 않고, 근로자들이 옛날처럼 내내 소리지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건설붐을 주도하는 것도 이 분야 진출을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일본 정부는 전담팀을 구성해 앞으로 5년간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수를 지금의 2배인 20만 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시드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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