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승인 아버지는 제가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반대한 이유가) 태몽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태몽으로 꾼 꿈이) 어머니가 고추밭에서 큰 고추를 따셨는데, 집에 와서보니 고춧잎이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면 고추가 되고 잘못 키우면 잎이 된다고 해석을 하신 거죠. 그래서 그토록 딸이 공부하기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가수 이선희)

태몽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민족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인들은 태몽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중국인들도 태몽에 관심이 없다. 성경이 정신적 무대가 되는 서양인들에게 태몽은 무의식의 꿈에 불과할 뿐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한국인들에게 태몽은 남다르다.

태몽은 아기를 가진(혹은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이 생명잉태 전후 무렵에 꾸는 꿈으로 태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조짐을 꿈을 통해 느끼게 된다. 소위 태몽이 좋을 경우 장차 일어날 일의 상징적 표상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태몽은 아이의 어머니 외에도 가족과 지인이 대신 꿔 주기도 한다.

과연 태몽이 탄생 예지, 아이의 성격이나 행동특성, 직업, 신분의 귀천 여부 등 개략적인 인생의 청사진이 될 수 있을까. 정말 태몽에는 보이지 않는 운명이 예지되어 있을까. 또 태몽으로 태어날 아이의 운명을 미리 점쳐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태몽으로 아이의 성별에서부터 운명까지 점쳐보거나 태몽과 관련지어 이름을 짓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유명인사가 되거나 스타가 된 사람에게 “(모친이) 무슨 태몽을 꿨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곧 어머니가 될 여성에게 태몽은 중요하다.

태몽이 무엇보다 태어날 자식이 어떠한 인생을 살게 될지 보여주는 스포일러(spoiler) 역할을 하기에 더 궁금해 한다. 그래서 임산부들은 태몽에서 어떤 동·식물을 봤는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하는 걸 즐긴다. 산모들은 은근히 될성 싶은 떡잎이라는 확신을 태몽으로 가지고 싶어하기도 한다.

간혹 태몽이 너무 길몽일 때가 있다. 예로부터 천하를 호령할 인물을 잉태하였을 때에는 태몽부터 심상치 않다고 했다. 이른바 천기누설이라는 명분하에 가까운 지인에게도 자신이 꾼 태몽을 말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노태우 전대통령의 모친. 노태우 모친(고인)께서는 결혼하고 7년간 자식을 갖지 못해서 팔공산 수태골과 파계사 절에서 매년 100일 기도, 1000일 기도를 올리며 자식점지의 공을 들였다는 일화가 있다.

결혼한 지 8년 만에 득남을 한 노태우 모친은 꿈은 이러하다.

『콩밭에 김을 매던 중 밭에 큰 구렁이가 숨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집으로 도망 오는데 구렁이가 따라와서 부엌에 숨어있는 나의 발뒤꿈치를 물고 온 몸을 휘감아서 놀라서 깨었다. 노태우의 조부께서는 이 구렁이가 용이라 하여 원래 아이의 이름을 태룡(泰龍)이라고 지으려 했으나 일제 강점기였으므로 꿈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어리석을 우(遇)를 붙여 이름을 ’태우’라고 지었다.』

과연 유명인들의 어머니들은 어떤 태몽을 꿨을까. 정치인부터 운동선수까지. 사회 저명(著名)인사들의 태몽을 알아보자.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만 전대통령, 전두환 전대통령, 노태우 전대통령, 반기문(UN사무총장), 이명박 전대통령, 노무현 전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

◇ 대통령과 유명인사 등

• 이승만 전대통령 
“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龍이 품 안으로 뛰어 들었다”

• 전두환 전대통령 
“폭포수 아래 웅덩이에서 광채를 뿜는 달덩이를 손으로 떠 올 려 치마폭에 담았다”

• 노태우 전대통령
“큰 구렁이가 어머니의 발뒤꿈치를 콱 물렸다” “노스님이 검은 영주를 주는 것을 받았다”

• 김영삼 전대통령
“용이 내 치마폭에 들어왔다”

• 김대중 전대통령
“꿈속에서 천신을 만났다” “붉은 해를 보았다”

• 노무현 전대통령
“조부께서 큰 말뚝에 매여 있는 백마 고삐를 며느리(故 노무현 모친)에게 주면서 타고가라고 했다. 큰 백말이 우렁차게 발굽을 내딛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 이명박 전대통령
“동산 위에 큰 보름달을 치마폭에 담았다”

• 반기문(UN사무총장)
“어머니가 장끼를 잡아 방 문고리에 매달았는데 온 방구석을 날아다녔다”

 

 

   
 ▲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태준, 이원만, 윤홍근

◇ 기업가

• 박태준(포스코 명예회장)
“달음산이 갑자기 용으로 변해 용트림하는 꿈”

• 이원만(코오롱 창업자) 
“오색구름이 바다를 건넌 뒤 집을 짓는 꿈”

• 윤홍근(BBQ 회장)
“어머니 치마폭에 봉황같은 닭이 덥석 안기는 꿈”

 

 

   
 ▲ 정진석 추기경

◇ 종교인

• 정진석 추기경
“어머니에게 주교의 관을 쓰고 지팡이를 든 잘생긴 청년이 나타나 ’어머니, 저 주교가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꿈”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이상, 박경리, 김자경, 조수미, 강선영 

◇ 예술인

• 윤이상(작곡가)
“상처투성이 용이 하늘을 날고 있는 꿈”

• 박경리(소설가)
“파란 눈이 박힌 흰 용이 방을 차고 들어오는 꿈”

• 강선영(무용가)
“떨어지는 선녀를 치마폭에 담는 꿈”

• 조수미(성악인)
“기와집에 호박이 많이 달린 꿈”

• 김자경(성악가)
“앵두나무 가지에 앉아 재잘거리던 파랑새가 방안으로 날아든 꿈”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패티김, 이경규, 장윤정, 이효리, 이민호

◇ 연예인

• 패티김(가수)
“큰 호랑이를 옆에 데리고 이산 저산 훌쩍훌쩍 뛰어다니는 꿈”

• 이경규(코미디언)
“아버지가 화투를 치시다가 광이야!하고 외치는 꿈”

• 장윤정(가수) 
“왕관을 쓴 잉어 한 마리가 아버지에게 안기는 꿈”

• 이민호(탤런트)
“예쁘고 탐스러운 붉은 고추를 광주리 한가득 따는 꿈”

• 이효리(가수)
“공작새 세 마리가 눈부시게 날개를 펼치면서 뽐내는 꿈”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학선, 박찬호, 박지성, 이승엽, 문대성

◇ 운동선수

• 양학선(체조선수)
“죽었던 학이 살아나 훨훨 날고 비단잉어가 재주를 넘는 꿈”

• 박찬호(야구선수)
“엄청나게 큰 호수에 백조가 노니는 꿈”

• 문대성(축구선수)
“커다란 황소가 달려와 고개를 숙이고 온순해지는 꿈”

• 이승엽(야구선수)
“뱀 한 마리가 입에 1000원짜리 지폐를 물고 있는 꿈”

• 박지성(축구선수)
“용과 뱀이 어머니의 몸을 감고 똬리를 틀면서 하늘로 승천하는 꿈”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