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향후 경제 정책은 대규모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요약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최악의 대내외적 경제 여건을 계기로 정부가 '큰 손'으로 나서 더딘 민간 부문의 성장세를 보완하는 구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문제는 경제"라며 경제 관련 언급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경제'라는 단어를 22차례 언급했고, "경제 전시상황"이라는 표현도 재차 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규모 재정 투입을 끌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경제 전시 상황'으로 인한 민간 부문의 부진을 정부가 채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245조원을 기업 지원과 일자리대책에 투입했다"고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1~2차에 이어 약 반세기 만에 3차 편성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더해 "앞으로 있을 더한 충격에도 단단히 대비하겠다"고 언급해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추가 재정 투입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자원과 정책을 총동원하겠다"며 "소비진작과 관광회복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투자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도형 경제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에 대해서도 "강력히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며 "한국 기업의 유턴(u-turn)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 유치를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처럼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을 통해 민간을 이끄는 '뉴딜' 정책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기본 방향에는 ▲데이터 수집·활용 기반구축 ▲5G(5세대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고도화 ▲제조업과 5G 융복합 사업 촉진 ▲인공지능(AI) 데이터와 인프라 확충 ▲교육·의료 등 비대면 서비스 확산 기반 조성 ▲국가기반시설(SOC)의 디지털화 등이 담겼다.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은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이다. 우리가 강점을 지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 전(全)산업분야에 일자리 창출 등 파급효과가 퍼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이 한국판 뉴딜을 통해 5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직후 질의응답에서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입력·축적·활용하는 작업,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 등 인력이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 생겨나게 된다"며 "그 일자리를 대폭 마련해 지금의 고용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과정에서 안전망 확대를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는 언급도 나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입을 추진하고 특수고용노동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한편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인류의 역사는 위기를 겪을 때 복지를 확대하고 안전망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사라진 건 이미 작년부터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라 경제성장 여력이 둔화되면서 출범 초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의 세 축은 이미 희미해졌다는 평가다.
 
향후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각종 세제 감면, 규제 완화 등이 대폭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간 "인위적 경기 부양은 않겠다"며 기피해 왔지만 당장 경기 부양 효과가 큰 대규모 국책 토목공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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