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2월 7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관련 검찰 공소장을 단독 공개했다. 해당 공소장은 A4용지 71쪽 분량에 달한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은 검사가 피고인의 죄명과 구체적인 범죄 사실 등을 기재하여 법원에 제출한 문서다. 2005년 이후 공소장은 국회가 요구하면 법무부는 전문을 공개해왔다.

 
동아일보는 이날 전문을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소장 전문을 공개한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인 공소사실을 놓고 검사와 피고인 측은 법정에서 재판장과 방청객 앞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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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상대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의혹과 관련된 진정·고발·소문을 취합해 정리했다. 송 시장은 특히 지난 2017년 9월20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송병기 전 부시장이 모은 자료를 토대로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상대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의혹과 관련된 진정·고발·소문을 취합해 정리했다. 송 시장은 특히 지난 2017년 9월20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송병기 전 부시장이 모은 자료를 토대로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병기 전 부시장은 문모 당시 청와대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도움을 구했고, 문 전 행정관은 관련 자료를 문서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송 전 부시장에게서 3건의 자료를 받은 뒤 수사에 도움되지 않는 내용을 삭제하거나 소문을 사실처럼 보이게 표현을 바꾸는 등 재가공을 거쳐 범죄첩보서를 생산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첩보서를 보고받은 백 전 비서관은 절차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하달되도록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직접 건넸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담겼다.
 
황운하 전 청장은 울산경찰청 소속 직원들에게 김 전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집중 수사를 지시하는 한편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좌천성 전보 조치를 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팀이 표적 수사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려 전산 정보에서 김 전 시장의 이름을 지웠으며 지휘부만 아는 수사 내용이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고 봤다. 울산경찰청이 지난 2018년 2월8일부터 지방선거를 전후로 21회에 걸쳐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국정기획상황실, 민정비서관실 등에 수사 상황을 보고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기재됐다.
 
특히 검찰은 민정비서관실이 수사 사건을 보고받지 않는 부서임에도 경찰 수사팀을 만나 관련 내용을 확인하거나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으로 있던 조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12월3일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다른 경찰 수사 상황도 보고받았다는 게 검찰이 조사한 내용이다.
 
이와 함께 송 시장이 선거에 필요한 공약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청와대 관계자들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장모 전 선임행정관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내부 정보를 토대로 산재모병원보다는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송 시장 측에 말하고,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발표를 연기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봤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018년 5월14일께 장 선임행정관에게 예타 발표 연기를 지시했다는 것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수석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에게 출마 선언 전 전화를 걸어 공기업 사장 등의 자리를 제안했다. 또 청와대 인사수석비서실 소속 선임행정관에게는 임 전 최고위원이 어떤 공직을 원하는지 파악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적극 엄호하고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이 2월 7일에는 언급을 자제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에 기류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공식 브리핑을 통해 "나쁜 관행에 제동을 건 정당한 절차"라며 논란에 정면 대응했지만 당내 일각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이날 동아일보를 통해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내 특위 위원장들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를 가졌지만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들은 대신 국내에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당정(黨政)의 적극적인 대처를 다짐하는 한편, 자유한국당을 향해 2월 임시국회 개최 합의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총 11명이 발언에 나섰지만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관련한 언급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특히 법무부의 공소장 공개는 문재인 정부가 그 정신을 계승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과 총선을 앞두고 당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정이라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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