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인재영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월 23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12호 인사를, 한국당은 총 7명의 영입 인사를 공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야 정치권은 '청년'과' 변화'를 영입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야 인재영입을 공히 관통하는 키워드는 '청년'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까지 낮춰진 데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로 촉발된 '공정'에 가장 분노를 드러낸 2030 표심을 잡기 위해서 너도나도 청년 영입인사들을 총선에 전진배치하는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당선인 통계에 따르면, 17대 국회 당시 30대 이하 국회의원은 23명으로 7.6%의 비율이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 들어선 2016년 기준으로 민주당 김해영, 한국당 신보라,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등 3명만이 30대 당선자로, 전체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양상은 21대 총선을 앞둔 인재영입에서 일변하고 있다. 23일 민주당에 입당한 고 김태호군 어머니 이소현(37) 씨까지 민주당 영입인사 12명 중 30대 이하는 8명으로 66.7%에 달한다. 영입 2호 원종건 씨가 27세로 가장 젊고, '청년 소방관' 오영환(31) 씨가 뒤를 잇는다. 최지은 박사, 이탄희 전 판사도 만 39세로 30대에 턱걸이하고 있다.
 
한국당도 영입인사 7명 중 3명(42.8%)이 2030세대다. 탈북자 출신 북한 인권 운동가 지성호(38) 씨부터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29)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 정치평론가인 김병민(38) 경희대 객원교수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50대 이상 영입인사가 없어 평균 나이로 따지면 한국당은 40.7세로 민주당의 41.5세보다 젊은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영입 인사들이 전원 국회에 입성한다고 가정하면 30대 이하 국회의원이 11명이 되는 것으로, 지난 19대 국회의 9명을 넘게 된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포인트는 20대의 반란이 여의도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으로, 청년이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치관과 함께 청년의 정치 열정을 굉장히 높게 보고있다"고 영입 기준을 설명했다. 또 "당의 청년 분포 지향은 50%"라고 전했다.
 
'남녀' 성비도 여야가 신경 쓰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영입인사 성비를 남녀 5대 5를 목표로 하되, 최소 6대 4까지 맞춰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영입인사는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6대 4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도 5대 5를 목표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당은 특별히 '변화'를 추구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코치에 이어 '공익신고자' 이종헌 씨를 잇달아 영입했다. 미투, 공익제보 등 그간 한국당이 취약했던 진보, 시민사회 이슈를 선점하며 인재풀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김 코치는 지난 2016년 초등학생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테니스부 코치를 고소하면서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폭력에 경종을 울렸다. 팜한농 구미공장에서 근무한 이종헌씨는 회사의 산업재해 은폐를 내부고발해 고초를 겪은 인물로, 더욱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공익제보지원회의에서 활동한 바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6일 이 씨 영입 환영식에서 "지금까지 인재영입에 대해서 왜 저런 분들이 한국당에 왔을까 하는 반응이 있다고 한다"며 "국민이 놀랄 인재 영입에 최선을 다하고 한국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민주당 영입 인사들의 '지역' 편중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12명 중 영입 1호 최혜영 교수, 8호 이소영 변호사, 9호 최지은 박사가 부산 출생이며, 부산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경우로 범위를 넓히면 5호 오영환씨, 7호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까지 포함된다. 영입인사 12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부산 연고인 것.
 
민주당의 영입인재 추천 방식은 소속 의원들의 추천을 받거나, 혹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평이 좋은 인사를 찾아 접촉하는 것으로 나뉜다. 이후 이해찬 대표가 전략기획자문위원장인 최재성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최종 면접을 통해 확정하는 식이다. 특정 지역을 안배하는 의도는 없다는 뜻이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인재영입을 하면서 출신을 미리 살펴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부산 연고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이 대표측 관계자도 "인재영입이 (출신지를 안배해야 하는) 공직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관록 있는 '전문가' 기근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2030 청년과 40대 초중반으로 영입 연령대를 확 끌어내린 만큼 영입인사 중 외교안보, 경제 등 충분한 경험과 관록을 요구하는 분야의 전문가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 이외에는 마땅한 전문가는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은 "설 이후 영입을 끝까지 보면 한상 차림, 국가운영에 필요한 (요소를 다 갖춘) 하나의 미니정부 같은 영입이 될 것"이라며 "경제, 교육, 외교안보, 노동, 보훈, 기후변화 등 (전문가들이) 다 담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23일 이미지 전략가로 알려진 허은아(47)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을 영입하며 전문가 그룹을 보강했다.
 
정치에 익숙치 않은 영입 인사들이 촉발할 각종 설화는 민주당이 긴장하는 지점이다. 특히 초기부터 언론에 노출된 민주당 영입 인사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 엮이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영입 2호인 원종건 씨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선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가 당원들의 항의가 쇄도해 곤욕을 치렀다. 반면 영입 5호 오영환 씨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논란을 두고 "모든 학부모들이 그 당시에 관행적으로 해온 그런 행위들을 너무 지나치게 부풀렸다"고 말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영입 11호인 최기일 건국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는 "10년 후에는 대한민국 여성분들도 군대를 가야 할 시기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가, "10년 뒤에 여성이 군대를 가도 병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차원"이라며 서둘러 해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응책으로 영입인사와 소속 의원을 1대 1로 연결해주는 멘토·멘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호 최혜영 강동대 교수는 이재정 의원, 원 씨는 박주민 의원, 8호 이소영 변호사는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이 지원하는 식이다. 민주연구원도 영입인사들에 대한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영입인사들이 별다른 설화 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사실상 영입 1호격인 공관병 갑질 논란의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을 영입하려다 일주일여 만에 철회하는 과정에서 박 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 등 악재가 겹치며 황교안 대표가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2030 청년 영입에 나서고 그간 자당이 취약했던 이슈를 선점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청년 비율, 영입 스토리 등 양적인 경쟁보다 영입인재들이 국회에 입성해 소신을 펼 수 있도록 정당구조 혁신에 보다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치 엘리트 충원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나이만 젊어진다고 참신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이 들어가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의원들의 독립성,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구조로 정당이 바뀌어야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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